남양주여성회 실태조사 결과 발표....응답자 70%가 확진중에도 가족 돌봐, 노후 불안감 높아

남양주여성회(대표 임현희)가 지난 25일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코로나19, 주부 그림자노동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남양주여성회는 지난 8월부터 9월 17일까지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남녀포함) 62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시기 돌봄과 가사의 가중과 그로 인한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를 설문조사했고, 20여명의 주부를 대상으로는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20대부터 60대 이상의 전 연령에 거쳐 자신이 돌봄하고 있는 가족은 누구인지, 주부들의 노동형태(전업주부/워킹맘/자영업/틈틈이 노동 등)에 따라 어떤 스펙트럼이 보이는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워킹맘도 전업주부도 “확진 중에 내가 가족을 돌봤다”(응답자 70%)

이번 조사결과 응답자의 63.7%가 코로나19에 확진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자녀연령이 낮을수록 확진 경험이 높게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그 중 70%에 이르는 주부들이 자신이 확진된 고통이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끼니를 챙기고, 다른 아픈 가족들을 돌봤다는 응답이었다.

이는 ‘확진 중에도 가족돌봄을 병행해야 했던 이중고’(63%)와 확진 증상의 고통‘(40.6%)이 확진 중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는 주부들의 호소와도 연결된다.

인터뷰에 응한 서00(주부/남양주/42세)는 “어린 둘째 딸이 확진되어 아이를 격리시킬 수 없어 나도, 첫째 아이도 함께 확진을 각오하고 격리를 했었다”며 “확진된 아이의 열이 40도가 넘어가는 순간에도 모든 판단과 응급대처는 나의 몫이었고, 아이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질 못하고 삼시세끼 밥을 챙기고 간호했다”며 힘들었던 시간을 호소했다.

“20대 이상 성인자녀를 돌보고 있어요” (주부 30% 응답)

돌봄가족 대상에 응답 주부중 30%가 20대 이상 성인자녀를 돌보고 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시기 경제불황이 심화되며 취업실패, 실직 등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청년들이 많다는 사회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이며, 경제적 의존이 돌봄의 의존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또한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 성인자녀의 돌봄 책임을 여전히 주부들이 감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토론회에 발언자로 참석한 김00(남양주/56세)는 “코로나로 취업에 실패한 첫째와 경제적으로 독립했다가 회사가 어려워진 둘째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아이들이 키우던 반려견도 나의 책임이 되었다. 그리고 퇴직한 남편도 다른 일을 찾지 못하고 집에 머물게 되었다”고 얘기하며 “나는 주부 경력 30년인데, 누구 하나 그동안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이야기도 없고 퇴직금도 정년퇴임도 없다.”며 끝없는 주부들의 돌봄을 생생하게 전달해줬다.

“아이는 엄마가 돌봐야지” 어린 자녀를 둔 주부일수록 자가격리 경험 높아

코로나19 시기에 자가격리 경험이 있는 주부는 75.5%로 매우 높았다. 특히 5~7세 미취학자녀(92.8%)를 돌보는 주부들과 4세 이하 영유아(82.6%), 초등자녀(88.7%) 등 나이가 어린 자녀들을 둔 주부의 자가격리 경험이 평균보다 높았다.

돌봄이 필요한 자녀를 위해 자가격리를 선택했다고 응답한 주부 437명은 ‘내가 평소 주 양육자, 돌봄자였기 때문에’(66%)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고 이같은 현상은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노동형태에 상관없이 보편적이었다.

발언자 오00(주부/남양주/41세)은 “대기업에 다녀도 아이들 돌봄은 엄마에게 맡겨졌다. 재택근무로 아이가 들어올까 방문을 잠그고 회의를 진행하면서 문밖에서는 어린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울어대는 시간들을 홀로 감내해야 했다”며 “아이들을 돌보며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2, 3배의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지만 아이들에게 생긴 문제는 또 다 엄마의 탓으로 돌아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내 노후가 불안해” 주부 41% 경제적 불안 호소

이번 조사를 통해 어린자녀를 가진 주부들일수록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저임금이라는 사회 구조 속에서 가정내 주 양육자로 살아가고 있고, 그렇기에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자신의 일을 포기하는 상황에 내몰림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의 인생의 대부분을 가족돌봄을 위해 헌신한 주부들 중 상당수(41.1%)가 대책없는 자신의 노후에 큰 불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녀 교육 및 돌봄 비용 부담(27.7%)보다도 월등히 높은 고민이다. 가족에 헌신하고 있지만 가족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 주진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 고민이라 여겨진다.

특히 자녀 연령대(사실상 주부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에 정비례하여 노후대책에 대한 고민도 커져가는 것 (영유아자녀 13.0% --> 20세이상 자녀 54.5%) 도 주목해서 봐야한다. 어린 자녀를 키울 때는 돌봄과 교육에 매달리다가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부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주부들을 위한 일정 금액의 수당’(58.7%)이나 ‘주부들의 국민연금 일부 국가지원’(37.5%), ‘가족돌봄에 대한 경력인정 체계’(29.3%)를 요구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남양주여성회 서은정 사무국장은 “코로나19시기 학교와 돌봄기관이 문을 닫는 돌봄의 공백기 동안 가정과 개인, 특히 ‘엄마’인 주부에게 돌봄과 가사, 교육, 놀이 전담 등 다양한 역할이 가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돌봄을 24시간 진행한 주부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노후 빈곤에 대한 걱정과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 뿐이었다”고 설명하며 “돌봄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와 주부들에 대한 실질적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주부유니온 조은영 대표는 “우리 사회는 임금노동만을 일이라고 인정하지만 보이지 않는 노동인 돌봄노동 없이는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며 “인식변화와 함께 주부연금이나 주부수당, 그리고 주부들의 돌봄노동에 대한 경력을 인정해주는 체계 등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진보당 여성엄마당 이기원 정책위원장은 “코로나를 통해 우리 사회 돌봄제도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울산과 부산 등에서는 돌봄조례제정 운동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진행해 돌봄이 통합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례보고를 했다.

경기자주여성연대 이은정 대표는 “남양주여성회에서 진행한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경기자주여성연대 또한 함께 연대하여 주부 당사자의 권리를 높이는 문제에 나서겠다”고 발언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22 경기도성평등기금 지원사업으로 지난 5월부터 진행되었으며 ‘주부’들이 직접 설문문항을 작성하고, 기획하며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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