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의 손바닥동화(14회 

불이는 복해 

사람들은 나를 까불이라고 해요.
몹시 촐랑대고 까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미워하진 않아요.
그런대로 귀엽고 깜찍한 여자애이거든요.

우리 동네 정육점 아저씨는 뚱보예요.
좀 무뚝뚝하고 무섭게 생겼어요.
그렇지만 마음씨는 비단결 같답니다.
“까불아, 이걸 썰어 넣고 저녁에 맛있는 찌개 끓여달라고 해.”
살코기를 뚝 잘라주곤 해요.
물론 공짜로요.

정육점 맞은편은 세탁소예요.
주인아주머니는 새우 눈이지요.
웃을 땐 아예 눈이 안 보여요.
하지만 얼마나 친절한지 몰라요.
“까불아, 여기 있다.”
내가 스크랩 숙제할 때 신문이 없으면,
휙 던져주곤 한답니다.

세탁소 옆은 미용실입니다.
미용실 아주머니는 요술쟁이에요.
머리 모양을 마음대로 만들어 내니까요.
뱀장어 머리, 말꼬리 머리, 까치집 머리, 고슴도치 머리,......
“아줌마, 무지개 머리 부탁해요.”
“까불아, 그런 머리도 다 있니?”
“그럼요.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오라! 곱게 염색을 해달란 말이로구나?”
“네, 아줌마.”
“우리 까불이 짱! 네 덕분에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하나 개발했구나.
앞으로 일년간 넌 공짜 머리를 해주마.”

슈퍼 아주머니는 물건 값을 잘 깎아준답니다.
그뿐이 아니에요.
“아줌마, 께임기가 고장 났어요.”
“그래? 이리 줘봐.”
고장 난 게임기와 장난감도 척척 고쳐주지요.
그래서 별명이 척척 아줌마랍니다.

이영 동화작가


우리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다 친절하답니다.
지나친 욕심도 없고요.
그래서 늘 웃음꽃이 피지요.
난 이런 우리 마을이 참 좋아요.
그리고 늘 행복하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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