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더불어 사는 사회’라고 일컫기도 한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 해도, 그리고 아무리 고집이 센 독불장군이라 해도, 결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혼자의 힘으로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더욱 밝고 명랑하게 이룩해 나가기 위해서는 항상 바르고 정직하며 예의 바른 행동을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웃을 내 가족처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믿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한다.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 봐도 백 번, 천 번 지당하면서도 옳은 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런 말은 어제와 오늘 새삼스럽게 엉뚱한 곳에서 갑자기 새로 불쑥 튀어나온 말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또 그것이 진리임에 틀림없기에 오래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도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항상 남을 의심하며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틈만 나면 거짓말을 밥 먹듯 서로를 속여 가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진심이 없는 살얼음판 같은 무서운 사회, 이 얼마나 삭막하며 끔찍한 사회란 말인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즉, 착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 그리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항상 손해를 보며, 그런 사람들이 바로 바보 취급을 받게 되며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모두 좋은 사람들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중에는 항상 좋지 않은 사람도 반드시 섞여 있게 마련이며, 그래서 ‘어느 동네마다 후레아들 한 명 씩은 있다’ 는 우리 속담도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아주 작은 실뱀 한 마리가 강물 전체를 흐려놓게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요즈음엔 한 마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수많은 실뱀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그게 바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듯이, 요즘 우리 사회는 정말 사람들을 대하기가 점점 겁이 난다. 어떤 사람이 양이고 늑대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양의 탈을 쓰고 갑자기 늑대의 본능을 발휘하면서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듣기에 달콤한 말, 그리고 지나친 친절을 베풀며 다가오는 상대에게는 항상 어떤 잔꾀가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한 번쯤은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던가?

이처럼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한 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양심과 도덕마저 상실해 버린 불확실성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요즘엔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선뜻 길을 묻는 것도, 그리고 친절을 베풀고 싶어도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상대가 친절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단 의심을 하거나, 다른 좋지 않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서 마음 놓고 물건을 사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혹시 또 가짜에 속아 바가지를 쓰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가정으로 매일 배달되는 수많은 우편물들도, 전화도, 그리고 인터넷도 모두가 다 그렇다.

자칫하다가는 다시는 헤어나지 못할 깊은 수렁에 빠질 소지들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눈을 감으면 코를 베어가는 세상이라더니, 요즘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도 코를 베일 지경이다.

그러나 지금도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란 말을 즐겨 쓰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이웃을 서로 믿고 존중하며 사랑해야 더욱 밝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고 말들을 한다.

그런데 난 오래 전부터 계속 심한 마음고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결과를 낳게 된 원인에 대해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이 모두가 유난히 귀가 여리면서도 남의 말을 번번이 그대로 믿어온 어리석고도 바보 같은 나의 성격 때문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다시는 절대로 남한테 속지 말아야 한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하건만, 여전히 속고 또 속는 어리석음을 지금까지도 계속 되풀이 하고 있다.

이 모두가 재 잘못인데 그 누구룰 탓하고 원망하랴. 한 마디로 나 자신이 똑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게 번번이 이런 결과와 화근을 불러오곤 했던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이 세상에 단 한 분밖에 없는 어머님을 저 세상으로 보내드리는 가슴 아픈 경험을 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던 날, 어머님은 병실 침상에 누우신 채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한 마디 힘없는 목소리로 유언을 남기고 마침내 이 세상과 하직을 하셨다.

“넌 아무래도 남들처럼 야무지고 똑똑치 못해서 그게 항상 탈이야. 저 바깥 세상에 나가 보렴. 너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또 어디에 있나.”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남들보다 똑똑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만일 어머님이 도로 살아서 돌아오신다면 반드시 어머님께 그 방법에 대해 처음부터 열심히 배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지금도 가끔 어머님이 마지막으로 내게 남겨 주신 유언 한 마디는 날이 시퍼렇게 선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아프게 찔러오곤 한다. 어머님 말씀대로 지금도 나는 정녕 어리석은 바보임에 틀림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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