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丁亥年) 해뜨는 강

아차산에 올라

햇살이 어떻게 한강에

젖어 드는가를 봅니다.

강의 가장 깊은 곳에서

젖기 시작한 햇살은

이내 수면을 가르더니

어느새 금빛 비단을 깔고 있습니다.

그리곤 조용히 속삭입니다.

‘구름은 가득하나 비는 오지 않는다’

삶의 여건은 조성되었으나

남북의 분열, 동서의 갈등으로 얽혀진

터질 듯한 답답함과 불만으로 가득 찼던

병술년의 밀운불우(密雲不雨)를 정화 시켰으니

햇살이 강물을 섞이듯

사랑과 화합이 어떻게

스며 오는가를 느껴보라고…

정해년 첫 해오름이

한강에 스며 젖어들며

그 금빛 융단위로 밀운풍우(密雲豊雨)의 기운으로

어두운 구름이 우리를 에워싸더라도

풍요로운 비를 뿌려주마 하고

천상의 비밀을 복 돼지가 누설하고 있습니다.

열두 마리의 애기돼지가 풍요의 젖을 물고

행복의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다가와

해뜨는 강에 복(福)이라는 글자로 춘첩(春帖)을 적고 있습니다.

돼지처럼 복되게 살지니…

금빛 물결로 휘호를 적고 있습니다.

아차산에 황금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복덩어리 해(亥)가

금빛 물결에 뒹굴고 있습니다.


한 철 수/시인. 극작가. 전 구리문인협회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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