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나라가 한창 위태롭던 1908년 8월 31일, 주시경 선생은 마침내 우리 말과 글을 본격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하겠다는 굳은 일념으로 국어연구학회란 단체를 세우게 되었으며, 국어연구학회는 다시 조선어 연구회, 조선어학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글학회란 이름이 바뀌면서 오늘날까지 맥을 이어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금년 8월 31일이 한글학회가 탄생한 지 정확하게 꼭 백 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국어학자들의 노력과 연구 결과 우리의 한글은 마침내 1977년,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어엿한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도약하는 한편, 현재 전세계 64개국의 742개 대학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연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이 어찌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어의 소중함을 일컬어 ‘정신적인 정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의 국어는 그 나라 민족의 운명과 얼을 같이 이어왔기에 그 어떤 재산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국어야말로 소중한 자존심이며, 유산이기 때문이다.

가령, 외적의 침입으로 국토를 송두리째 모두 빼앗겼다 해도 그 나라의 국어가 남아 있는 한, 그 나라 국민의 정신을 다스릴 수 있는 정부는 결코 사라질 수가 없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것이 바로 그 나라마다의 국어인 것이다.

한 예로 2천 년이란 긴 세월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 다녀야만 했던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그들의 국어인 히브리어를 끝까지 지켜냈기 때문에 오늘의 강국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의 국어가 그토록 목숨처럼 소중하고 또한 목숨을 걸고라도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것이 또한 그 나라의 국어인 것이다.

이처럼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훌륭한 말과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모두는 우리의 말과 글을 갈고 가꾸기에 가끔은 소홀히 하고 게을리 하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극히 일부분의 국민들 중에는 상대방과 의사소통만 어느 정도 가능하면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지 새삼스럽게 국어를 더 갈고 닦을 필요성이 어디 있느냐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지금도 국어를 쉽게 생각하고 소홀히 취급오고 있는 무지의 소치, 또한 날이 바뀔 때마다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양산되는 새로운 은어와 유행어를 만들어 그것이 마치 표준말이나 되는 것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우리 겨레의 값진 유산인 한글의 발전을 방해하고 저해하는 일에 큰 몫을 했다고 본다.

한글맞춤법 표준어 규정을 잠시 살펴 보면, ‘표준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고 되어 있다. 그러기에 특히 아나운서들이 뉴스 시간에 사용하는 말과 발음은 반드시 표준말을 가려 써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이 바로 뉴스를 시청하는 전국민의 본보기가 되는 곧 표준말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수 표준이 규정을 한 가지 더 살펴 보면, ‘어감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 또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다 같이 널리 쓰이는 경우, 그 모두를 표준말로 삼는다. 또 방언이 표준어보다 너 널리 쓰이게 된 것도 표준어로 삼는다’ 고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각 방송국마다 뉴스 시간에 아나운서들도 국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을 마치 표준말인 것처럼 앞을 다투어 자주 자주 쓰고 있는데 그때마다 귀가 몹시 거슬리곤 하는데 그건 오직 나 혼자만의 잘못 생각이며 기우는 아닌지!

예를 들자면, ‘걸림돌, 못 박았다. 물밑접촉, 시나리오, 배제하지 않겠다 … 등등의 낱말들을 뉴스 시간에 아나운서들이 자주 써오고 있는데 이런 낱말들은 아무리 국어 사전에서 찾아봐도 찾기 어려운 말들이거나 설령 국어 사전에 나온다 해도 그 낱말을 써야 할 곳에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낱말들은 얼마든지 알기도 쉽고 듣기도 좋은 말로 바꾸어 쓸 수 있는 말들인 것이다.

가령, ‘걸림돌’이나 ‘못 박았다’ 는 각각 ‘장애물, ’확정했다’ 로 고쳐 쓰는 것이 옳은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물밑접촉’이란 말 대신 ‘비밀 접촉’ '극비의 만남' 또는 '비공개 면담‘ 등으로 바꿔 쓰는 것이 바른 말이며, ’시나리오‘는 영화를 찰영하기 위한 순수 창작 대본의 경우에만 사용하는 말이기에 그 밖에 다른 곳에 시나리오란 말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표현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나리오 역시 ’사전에 계획된 일‘이라든가, ’철두철미한 은밀한 계획‘……등으로 바꿔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어 발전을 저해시키는 또 다른 커다란 벙적인 요소가 또 한 가지 있다고 본다.

우리들이 태어난 모국을 스스로 후진국이라 여긴 나머지 급변하는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영어를 잘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말과 글에 대한 부족한 인식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말은 오직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유산이며, 우리 민족의 얼이 깊이 담겨 있는 소중한 재산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국어를 좀더 아름답게 갈고 닦고 사랑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며 책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국어를 더욱 갈고 닦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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