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의 손바닥동화(9)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딩동, 딩동.
학교에서 돌아온 진아는 아파트의 초인종을 눌렀어요.
그런데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할머니가 계실 텐데......”
진아는 책가방 속의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할머니는, 거실 소파에 새우처럼 구부정하게 누워 있었습니다.
“할머니......”
다가간 진아가 흔들자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지인아야!......”
반가워하며 일어나 앉았습니다.
“에미, 못써.”
언제나 엄마를 원망하는 할머니.


엄마는 외출할 때마다 주방의 가스 밸브를 면테이프로 봉했어요. 세탁기와 전기밥솥의 코드도 모두 빼서 감춰버리고요. 할머니가 가스레인지며 세탁기, 믹서들을 장난감처럼 괜히 작동시켜서 위험하거든요. 한번은 불을 낼 뻔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여든 두 살인 진아 할머니는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가 많아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갇혀 있다시피 했어요.

“진아야, 우이(우리)하치지 하치지 허자.”
할머니가 합죽합죽 말했습니다. 갇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심심할까?
“그래요, 할머니.”
진아는 할머니한테 배운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하치지 하치지 하포포!”
할머니의 빠진 이 사이로 말이 샜어요.
“할머니, 하치지가 아니고, 사치기예요!”
“하치지 하치지 하포포!”
“아이 참, 하치지 하포포가 아니고......”
“하치지 하치지......”
“할머니, 하치지가 아니고, 사치기라니까요!”
“......하치지지 하아포오......”
“어휴, 할머니하고 안 놀아!”

버릇없게도 할머니를 핀잔하는 진아.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는 할머니였어요.
“하치지 하치지 하포포-!”
손뼉으로 서투른 박자까지 치며 즐거워했습니다.
“하치지 하치지 하포포-! 하치지 하치지......”
가랑잎처럼 주름 잡힌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어요. 어깨춤까지 추면서 흥겨워했습니다.

동화작가 이영.

“하치지 하치지 하포포-! 하치지 하치지......”
그 순간만큼은 행복한 할머니! 세상의 모든 것을 줘도 싫다고 할 할머니!
그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아는 목이 멨습니다.
“할머니......”
피잉, 눈물이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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