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마음을 씻고, 꽃으로 마음을 아름답게...세미원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洗美園)"이라 부르는 곳은 양평군 서종면 두물머리에 있다. 이곳의 연꽃과 꽃들과 물을 보며 마음을 다듬고, 사람의 인연과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곳이다.  

연꽃(Nymphaea)의 습성이 밤이면 부끄러워 꽃잎을 오므리고, 낮에 살짝 자태를 뽐낸다. 우리 시간으로 미시(未時) 즉, 오후 1∼3시에 꽃잎을 열어 미초(未草)라 부르고, 한낮에 핀기시작하여 자오련(子午蓮)이라고 한다. 

광고 문구에 등장한  '미인은 잠꾸러기'란  바로 이 연꽃을 보고 카피한 것이 아닐까. 아리따운 공주가 샘물의 요정으로 변신하여 만들어 낸 고고한 자태와 은은한 향으로 넘치는 세미원에서 잠시 연꽃에 대한 단상에 젖어본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나오지만 더럽혀지지 아니하고,
맑고 잔잔한 파도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다."
 -중궁 주무숙의 

태양신을 숭배하던 고대 이집트에서 연꽃은 태양의 상징으로 기원전 2,700년 경 페르넵왕의 분묘 벽면돌조각에 연꽃을 그릇에 꽂은 모습이 등장한다. 이후 수많은 이집트 벽화에 손에 연꽃을 든 여자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국왕의 대관식에는 파피루스와 함께 신에게 반드시 바지는 신성한 꽃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짚트의 국화가 바로 연꽃이다.

세미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예술가들이 찾는 명소다. 화가는 캠퍼스에 연밭의 꽃들을 한 송이 씩 옮기고, 사진작가는 구도에 맞추려 한 눈을 지긋이 감고, '찰칵' 셔터 소리에 연꽃들은 부끄러움을 드러낸다. 시인인 나는 연밭 한 구석에 앉아 연꽃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팔랑거리는 나비, 잠시라도 변화를 주는 하늘의 구름, 잔바람에 살랑이는 수변식물들을 관찰하고, 추억의 연밭을 거닐다가 읊조릴 글감을 긁적인다. 

여보게,
연밭 길을 가다가
비가 내리면
연잎을 따
도롱이를 만들게나
그리곤 응달진 곳에 잘 말려
귀한 손님 오시면 연밥을 짓게나

-2008년 7월 23일 수요일 사진을 찍고, 졸시를 쓰고 단상을 쓰다.

**사족: 세미원에서 물과 꽃을 만나기 위해선 반드시 홈페이지로 예약을 해야 한다. 하루에 2,000명에 한 해 입장이 가능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홈페이지: http://www.semiwon.or.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남양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