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덕스토리' 흥행 열풍 전국순회 이어 워싱턴으로 상륙

<요덕스토리>
북한 정치범수용소 요덕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지난 3월 서울에서 개막했을 때만 해도 전국순회공연 매진열풍에 이어 미국 워싱턴까지 진출할지는 그 누구도 예상을 못했다.

그러나 한 달여간의 공연 일정 동안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와 공연을 본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을 얻은 <요덕스토리>의 흥행은 뉴스에서도 보도를 할 만큼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요덕스토리>는 실제 탈북자 출신의 장성산 감독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태어난 이야기다. 평양연극영화대학에서 영화연출학을 전공하고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국립영화대학에서 공부를 한 정성산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꾸던 엘리트였다.

개성에서 군 복무를 하던 1994년, 그는 라디오로 KBS사회교육방송을 몰래 듣다 잠에 빠진 사이 발각이 되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황해도 사리원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후에는 국가보위부의 문서까지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13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한 달 후 호송차가 산길에서 구르는 틈을 타 탈출하여 중국·베트남·홍콩 등을 거쳐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사실 수용소를 배경으로 정치범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새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니스트>등 아카데미가 사랑한 수상작들의 공통점은 수용소의 참상을 다룬 영화다.

또한 <아메리칸 뷰티>로 2000년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국 감독 샘 멘데스가 1993년 런던 소극장에 올린 뮤지컬 <캬바레>도 1930년대 베를린의 싸구려 나이트클럽을 무대로 나치 치하의 공포를 그린 사회극이다.

그러나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매진 열풍은 무대 위에 올려진 요덕의 참상으로 애써 잊고 있었던 북한이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정치범 2만명이 옥수수 한 그릇, 소금 한 숟갈로 하루 14시간 중노동을 견디고, 탈출하다 잡히면 돌팔매질로 처형된다는 곳, 함남 요덕수용소가 서울 한 복판에서 생생히 재현된 것이다.

지난 10월 4일부터 사흘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 스트라스모어 뮤직센터에서 열린 <요덕스토리>는 4000명 이상이 몰리는 성황과 함께, 북인권 문제를 미국으로 옮겨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미국의 주력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배우들이 열연한 이 뮤지컬은 관객들에게 <지자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레미제라블>을 연상케 한다”라는 극찬을 했다.

특히 북한 정권의 핵실험가동 선언한 직후인 공연기간동안 전 세계의 이목이 워싱턴과 평양에 집중된 가운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빅터 차 아시아담당보좌관, 배리 로웬크론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 등 미국의 대북 정책 입안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성공적인 미국 공연에 이은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이번 무대는 더 큰 감동을 관객에게 안겨줄 것이다. 지난 2002년 탈북한 아들을 대신해 회령 정치범 수용소에서 돌에 맞는 공개 처형을 당해 돌아가셨다는 아버지를 그리는 장성산 감독의 마음은 무대 곳곳에 그대로 묻어나 관객들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주제곡 ‘촛불 같은 생명’에서 수용소 사람들은 합창한다. “거기 누구 있다면/ 이 비명소리 듣고 있는지/ 거기 누구 있다면/ 제발 우릴 구해 주세요.” 그들의 외침을 그저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은 바로 한 민족, 동포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덕스토리> 줄거리

요덕스토리는 강련화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녀의 평화로운 가정에 닥치는 파란만장한 삶과 죽음을 이야기이다.

북한 최고의 공훈배우 강련화는 어느 날 아버지가 간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모두 요덕수용소에 수감된다. 또 다른 공화국의 지옥 “요덕 15호 관리소”. 강련화는 이 곳에서 수용소장에게 겁탈을 당하고 아이까지 임신하게 되는데...

자살 자체가 당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는 북한의 사상으로 그녀는 독방에서 생활을 하게 되고, 결국 수용소장인 명수의 권유에 따라 남한으로의 탈출을 시도 하고 명수는 련화를 도와주었다는 죄명 하에 총살당하게 된다.

한반도의 마지막 지옥 요덕의 땅에서 자유를 갈망한 그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도 사치였으며, 주어진 것은 오직 저주 받은 땅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연민 그리고 사랑 뿐.

실화로 현재까지 존재되는 요덕의 정치범 수용소의 비극의 대서사시가 2시간 30분 동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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