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낚시에 재미를 붙인 지도 벌써 20여 년이나 흘렀다.

어떤 이는 낚시 최고의 진수와 묘미를 맛보기 위해서는 바다 낚시만한 게 없다고들 하지만, 난 아직까지 바다 낚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민물 낚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만족하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 낚시와는 거리가 멀다. 오직 강이나 저수지, 그리고 작은 냇가나 개울을 찾아다니며 지금도 민물 낚시만을 고집하고 있다.

낚시 초보 시절, 한동안은 잉어나 눈치를 잡는 재미에 주로 한강에서 릴낚시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 다음에는 임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샛강을 찾아다니며 릴낚시로 메기 잡기에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세월을 낚기도 하였다.

날씨가 추워지는 늦가을과 겨울철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아무리 맛좋은 지렁이나 떡밥을 낚시바늘에 매달아 놓고 마치 고사를 드리듯 인내심을 가지고 물고기가 먹기를 눈이 빠져라 끈질기게 기다려 보지만 전혀 입질조차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배운 것이 훌치기 낚시였다.

훌치기 낚시는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얼음만 얼지 않은 곳이라면 저수지나 샛강, 그리고 냇가에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으며 아울러 운동도 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훌치기로는 주로 붕어와 잉어가 낚이곤 하였는데 운이 좋은 날이면 어른 팔뚝 길이보다 더 큰 가물치가 잡히기도 하였다. 그 해 늦은 가울과 겨울 사이에 크고 작은 잉어를 합해 큰 놈은 1미터가 가까운 잉어를 60여 마리나 잡았다고 한다면 그 누가 곧이 들을 수 있단 말인가.

릴과 훌치기 낚시를 몇 년간 고집하다가 그 후에 다시 우연히 배우게 된 것이 대낚시이다. 아니 우연이라고 하기보다는 어느 낚시꾼의 힐난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어느 날, 내 옆에 앉아서 대낚시를 하고 있는 낚시꾼 한 사람이 릴낚시를 하고 있는 나에게 낚시도 낚시 나름대로의 예절이 있고 도가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릴낚시와 훌치기는 낚시가 아니라 야만적이고 무식한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하는 행동이라고 비웃는 소리를 듣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배우게 된 것이 대낚시였다.

대낚시를 배운 뒤로는 나 자신도 모르게 전에는 그토록 즐겨하던 릴낚시와 훌치기 낚시에 흥미를 잃고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대낚시는 대낚시대로의 스릴과 묘미가 다른 낚시를 할 때보다 흥미롭고 특별했기 때문이리라.

대낚시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물고기가 떡밥이나 지렁이를 건드릴 때 생기는 찌의 흔들림과 움직임에 있었다. 모든 잡념을 잊은 채 나의 시선은 오로지 찌를 향해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가 그림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있던 찌가 갑자기 흔들리며 수면 위로 쑤욱 올라갈 때의 긴장감과 흥분, 그 기분은 낚시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찌가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낚아챘을 때 물고기가 요동을 치면서 묵직하게 끌려오는 손의 맛! 바로 그 맛 때문에 낚시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의 그 환희와 기쁨을 더 이상 말해야 무엇하랴.

바둑에 미친 사람은 가만히 누워 있으면 방의 천장이 온통 바둑판으로 변하더라는 말을 들을 적이 있다. 나 역시 낚시터를 떠나 집에 와서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기만 해도 집 천장은 어느 새 저수지나 강물로 변하고 그 수면 위엔 찌가 눈이 선하게 떠오르게 된다.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몰두하게 되면 미칠 수가 있다. 이쯤 되면 나 역시 낚시로 미친 사람에 가까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오랜만에 큰 마음먹고 강화도로 낚시를 하러 가게 되었다. 창후리 수로였다. 그날따라 운이 따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떡밥을 물에 던지기가 무섭게 물고기가 잘 낚여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낚시를 즐기게 되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저녁때 서울에서 누군가와 선약이 있어서 고기 잡기를 그만두고 아쉬움을 남긴 채 상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기는 계속 정신없이 잘 낚이고 있는데 정말 너무나 아쉽고 서운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난 다시 큰 기대를 가지고 낚시를 하기 위해 아침부터 강화도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했던 바로 그 자리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열심히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가. 인내심을 가지고 저녁 늦게까지 앉아 고기가 물기를 기다렸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단 한 마리도 낚지를 못한 채 밤 늦게야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난 오기가 생겨 다시 강화도 그 자리에 가서 낚시를 해보았지만 그 날 역시 붕어는 커녕, 구 귀하신 붕어 얼굴마저 구경조차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후, 난 낚시꾼들이 아무리 낚시가 잘 되는 곳이라고 유혹을 해도 믿지를 않게 되었다. 실제로 낚시꾼들이 말하는 대로 그가 권유하는 그 자리에 앉아서 낚시를 해보았지만 번번이 기대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여러 해 낚시를 하면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값진 교훈을 낚을 수가 있었다.

‘기회는 아무 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해가 쪼일 때 건초를 말려야 한다' 는 영국 속담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오지 않으면 아무리 강자의 손이라 해도 쇠사슬에 묶인 것이나 다름없다.

발톱이 빠진 사자에게 그 무서운 힘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란 동양 시집에 실려 있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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