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예식차량으로 뒤엉켜 관람객 불편 감수해야

▲ 한철수 편집위원
4월 20일 12경. 후배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주말을 맞아 모처럼 서울 중랑구에서 홍유릉을 찾았다는 상춘객 윤 모(38세)씨다.

큰 맘 먹고 가족과 함께 이곳에 봄소풍을 왔는데, 입구부터 차가 막히고 주차장은 꽉 차 웬일인가 했더니 능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없고 모두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며 황당해 했다는 것이다.

마침 업무 차 홍유릉 근처에 있었기에 잠시 나가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예식장 하객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주차장이 점령당했기 때문이다. 상황을 20여분 지켜보니 도로입구부터 주차장 사이에는 차량으로 가득했고, 예식장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주차 안내에 바빴다. 무전기까지 든 안내원도 있었고, 주차 안내봉으로 좌로가라 우로가라 손짓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뒤엉킨 순식간에 차량들... 아수라장이 되었다. 주차장도 부족해 능 입구의 도로 한쪽을 차지하고, 뒤편 산책로까지 막는다. 좁은 도로에서 후진하랴 차를 돌리는 모습은 마치 시내 한복판의 시장통 같았다.

운전자들은 주차를 한 후 홀연히 예식장으로 사라졌고, 모처럼 홍유릉을 찾은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듯 했다. 산책로에서 내려오는 두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30대의 여성은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차량사이를 곡예를 하듯 빠져 나오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불편한 몸을 다스리려 운동차 나온 노 부부들도 불안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하객들은 떼를 지어 숲을 가로질러 예식장으로 향한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조만간에 숲속 오솔길도 생길 판이다. 그 광경이 볼썽사나워 홍유릉관리소에 이유를 물으니 "주차장 관리를 외부에 위탁하였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몰랐다. 바로 조치하겠다."라 관계자는 말한다.

1시간여 지나 다시 나가보니 어느 정도 안정은 되어있었다. 도로를 점령하던 차량의 수도 적어졌다.

"홍유릉 주차장은 홍유릉의 것도, 더욱 주차장 관리자의 것도, 더더욱 예식장의 것이 아니다. 문화재를 관람하는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것임에도 얄팍한 상술에 주차장을 내준 사람이 문제가 아닌가."며 문화재보호운동가는 말한다. 외주를 맡은 위탁업체와 예식장과의 연관관계는 그들에게는 분명 호재일 것 문화재관리국 홍유릉관리소의 빠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 조언한다.

4월도 중순을 넘기고 5월까지는 가족단위 혹은 연인들이 본격적으로 홍유릉을 찾는 시기이며, 예식장 또한 혼인철을 맞이하여 오늘과 같은 악순환은 계속되리라 본다.

조용한 곳을 찾아 편안한 마음으로 찾고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안정된 관람 시설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유무형문화재에는 문화해설사의 배치로 인해 점차 향유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혹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을 해 볼 일이다.

홍유릉관리소와 남양주시청은 홍유릉을 찾아오는 관람객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줄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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