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명실상부한 최고의 뮤지컬 여배우로 등극

방송국시절 윤복희와 '캐츠' 협연 뮤지컬에 매료
99년 데뷔작 "페임"으로 신인상 안아
04년 "마리아 마리아"는 김선영을 타이틀로 해


뮤지컬 '나인(nine)' 포스터 앞의 김선영.
안개가 자욱한 겨울 강변을 따라 우리나라 최고의 뮤지컬배우 김선영을 만나러 간다. 강남에 위치한 '오디뮤지컬컴퍼니' 연습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뮤지컬에 문외한에게 뮤지컬이 어떠한 장르의 무대예술인지 자세히 일러주며, 자신이 배우로서 살아온 이야기보따리를 펼치기 시작한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구리코스모스축제 무대에서 열연하는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 보았고, 직접 만나보니 큰 행운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뮤지컬의 큰별 배우 김선영의 삶의 이야기와 예술관을 들어본다.

"김선영은 노래와 연기가 모두 훌륭한 몇 안 되는 배우다. 특히 그녀의 가창력은 비교할만한 뮤지컬배우가 흔치 않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다." 고 '더 뮤지컬' 박병성 편집장은 한 마디로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 '에비타'의 주연으로 우리나라 뮤지컬 양대 시상식으로 꼽는 '제13회 한국뮤지컬시상식'과 스포츠조선이 주관한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연거푸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글쓴이 주 )

"페임"의 '매이블'로 첫 무대에 올라 신인상 받아

배우 김선영은 35년 전 청주에서 태어나 혜천대학에서 소프라노를 전공했다. 1995년 KBS예술단에 입단하여 합창단에서 20대를 보냈다. 그녀는 대형가수 윤복희와 캐츠를 협연하면서 뮤지컬 매력에 푹 빠졌고, 그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스물여섯이던 99년 KBS를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뮤지컬 수업을 받았다. 마침내 뮤지컬 "패임"에서 '메이블' 역으로 첫무대 올랐다.

"첫 배역인 메이블은 뚱뚱하고 개성이 강한 무용반학생이었다. 캐릭터를 맞추기 위해 연출자는 살을 찌우라고 했지만 체질상 여의치 않아 두툼한 솜옷을 입고 출연했다."

당시의 상황을 말한다. 하지만 메이블의 파워풀한 개성과 소울 짙은 음악을 거뜬히 소화해 데뷔하던 해 첫 작품에서 신인상을 받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김선영을 타이틀로 한 창작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포스터.
그 후 "렌트"의 '머린', "지킬 앤 하이드"에서 거리의 여자 '루시', "마리아 마리아"는 창녀부터 성녀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선이 굵고 개성이 강한 역할들을 주로 맡아온 김선영은 이를 바탕으로 2006년 "미스 사이공"에서 주인공 '크리스'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아내 '엘렌'을, 06년~07년 "에비타"에서 창녀의 천박함에서 국모의 위엄을 두루 갖춘 '에바 페론'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였다.  그 외에도 "토요일 밤의 열기, 와이키키 브라더스, 맨 오브 라만차, 텔미 온 어 선데이" 등 소극장, 대극장 무대를 오르내리며 뮤지컬의 여전사로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는 거리의 여자 역을 많이 맡았다.

특히 창작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일반 작품과는 다르게 "김선영의 마리아 마리아"라는 타이틀이 붙였는데, 그 이유는 극 전체에서 그녀가 끌고 가는 비중이 70% 이상이 되는 작품이며, 마리아의 치열한 내면연기와 그에 따른 다양한 가창력이 요구되었지만 그녀는 그 요구를 충분히 뿜어 냈다.

같은 소재의 "지저스 오브 슈퍼스타, 가스펠"의 여주인공 ‘막달라 마리아’는 외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이 창작극은 한국적인, 더 나아가서는 동양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마리아의 모습을 바로 김선영 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예를 안겨준 '에비타'는 죽어도 못 잊어

뮤지컬 "에비타"는 1930~1950년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귀족들에겐 ´창녀´로 비하되고 가난한 자에게는´성녀´로 추앙받는 '에바 페론'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에바는 그녀가 뮤지컬 배우 8년 만에 만난 가장 큰 배역이라고 한다. 단순한 세트에 철저하게 배우의 에너지로 끌어가는 작품이라 큰 부담을 안고 무대에 올랐다.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삽입곡들의 음역이 높아 노래에 겁을 먹으며 연습을 했다고 한다.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
20대 자신의 모습에 에바의 고뇌를 생각하며 최면을 걸면서 철저히 에바가 되기 위해 1년간 몰두, 결국 캐릭터에 동화(同化)가 되었다. 에바는 한국 최고의 뮤지컬 여배우의 영광을 안겼기에 "에비타"의 '에바 페론'이 바로 그녀인 것이다.

"에비타는 여배우들의 꿈입니다. 노래의 음폭도 뿐만 아니라 한 인물에서 표현되는 양면적인 모습은 아주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에바가 14살에 꿈을 따라 대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올라온 것처럼, 저도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상경했듯이 에비타의 심정을 마음속에 그렸습니다."

김선영은 에비타를 통해 뮤지컬의 진정한 맛을 보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고마운 작품이라며 언제든지 다시 무대에 오른 다면 지난 공연보다 더욱 성숙한 에바로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 날 것이라 말한다.

캐릭터에 동화되어야 뮤지컬의 참맛을 느껴

"뮤지컬은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진다. 예를 든다면 코믹한 것도, 드라마틱한 작품도, 퍼포먼스로 꾸민 작품들도 있다. 관객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 볼 수 있어 마니아층이 많이 늘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배우와 관객은 캐릭터에 동화되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이야기 보따리를 펼치는 김선영
그러기 위해선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일갈한다. 배우들은 양적 발전이 된 만큼 관객은 다양한 캐릭터를 요구하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5감으로 느끼고 그 느낌을 연기할 때 관객과 배우는 한 몸이 되어 웃고 울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뮤지컬 지망생이나 후배들에게는 당부하고자 하는 말을 묻자 “뮤지컬이 춤, 노래, 연기 이 세 가지가 하나 되는 3위1체의 작업이기 때문에 기술보다는 연기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은 시작부터 지켜야 한다. 자기 성찰은 자기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기에 기능은 최고의 훈련이다. 선배들로부터 ‘10년만 해봐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고 그 10년이 지나니 이제 무대에서 호흡하는데 익숙해진 것 같다.”며 기능이 안 되면 정서적인 것을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뮤지컬 '나인(Nine)'에서 황정민과 열연

올해 그녀와 처음 만나는 작품은 "나인(Nine)"이다. 3월 22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자전적 영화 "8과 1/2"이 원작이다. 9살에 성장이 멈춘 천재 감독 '귀도 로티니'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었다.

이 작품은 단 한 명의 남자와 16명의 여자가 등장하는 독특한 뮤지컬이다. 운 좋은 남자 '귀도' 역은 영화배우이자 뮤지컬배우인 황정민의 4년만에 오른 컴백무대이며, 뛰어난 노래실력과 연기력을 자랑하는 강필석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김선영은 또 한 번 내면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캐릭터에 대해 유명한 영화감독인 '귀도'는 아내 '루이사'와의 권태를 해결하기 위해 베니스의 스파에서 일어나는 16명의 여인과 '귀도'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김선영은 아내 '루이자'로 다른 여성들과는 다르게 매우 냉정하고 침착하고 객관적인 이성적인 여성이라 한다.

김선영은 세계 4대 뮤지컬을 섭렵하고 싶다고 했다. 4대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캐츠'를 말한다. 그녀의 뜻이 이루어지는 날을 기대한다고 인사를 던지자 문밖까지 따라 나온다. 잠시 후 연습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으로 2시간여의 만남을 마친다. 어느새 강변에 겨울 안개가 걷혔다.

<본 원고는 구리예술 제8집에 기고한 글 중 일부를 수정하여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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