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노인여성회관에 향학에 대한 뜨겁고도 신선한 바람이 일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여실히 증명하듯 웬만한 성인들도 감히 실행하지 못하는 일을 노인들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한자급수 검정시험에서 무려 28명의 노인들이 당당히 자격증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룩했기 때문.

그것도 일반인이 어렵다는 전문가 수준인 2급을 딴 노인도 6명이 될 뿐 아니라 100점 만점에 97점 이상 받은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우수상을 받은 2명의 노인도 있다.

여성노인회관에 한자급수검정시험의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4년 회관이 개관하면서 노인들을 위한 교양 프로그램에 ‘실버반’ 한자강좌를 개설하면서부터였으며, 처음엔 단지 한자를 배우고 익히는 수준이었지만 배우겠다는 열의는 대단했고 이에 정비례하듯 노인들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했다.

그러던 중 2005년 9월, 우연히 학습실태를 참관하게 된 황복순 운영팀장(현 시립도서관 관장)은 일반인들 보다 월등한 노인들의 실력에 감탄, 한자자격증 취득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인들의 응답은 시큰둥했다. 한자검정시험 제도가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언감생심 자신들이 어떻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황 팀장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지도강사와 협의를 한 후 실력이 있는 노인 6명을 별도로 지도하는 한편 검정시험에 대한 안내와 정보를 계속 제공한 결과 5명이 당당히 합격, 자격증을 취득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또한 노인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 여성노인회관엔 한자자격증 취득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며 올 2월, 정성월 옹(여.77)이 2급을 기숙자 씨(여.61)가 8월에 2급 자격증과 함께 각각 우수상을 받는 등 현재까지 총 28명의 노인이 5급에서 2급까지 자격증을 보유, 회관 개관이래 최대의 경사를 맞고 있다.

이러한 바람은 ‘여성반’으로 확대돼 올해엔 2급 장강숙씨를 비롯 우수상을 포함한 10여명의 여성이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 회관에서 한자반의 강좌를 맡은 심매자 강사(55)는 “우리가 한자문화권에 살면서도 대학 신입생 20%가 한자로 자기 이름을 쓰지 못할 뿐 아니라 80%가 부모의 성함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 모두가 한자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 수치스러움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노인이나 여성들이 한자를 배워 후손에게 가르쳐 주면 삶에 아름다운 향내가 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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