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구급업무를 10여년 넘게 수행한 박모 소방관.

소방에서는 베테랑급에 속하는 구급대원이다. 하지만 그동안 보아온 참혹한 현장이 떠올라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는 잘 모르겠는데 예전에 참혹한 현장을 목격했던 곳이나 비슷한 사건으로 또 출동을 할 경우 과거에 목격했던 것이 떠올라 굉장한 스트레스나 두려움을 경험하곤 한다”고 한다.

낮은 단계의 증상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외부의 정신적 충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중에 하나가 바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충격적인 재난현장이나 예기치 못한 위험환경에 노출되거나 목격할 경우 불면, 우울증, 과민반응 등의 증상을 보여 심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도 어렵게 할 수 있는 증상으로 1980년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처음 인정되었으며 ‘01. 9. 11 WTC테러 직후 미국에서는 이것이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생존자 112명 중 49.6%인 46명이 이 증상으로 장애를 겪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고 이러한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전개하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 장애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었다.
경기도는 국내 처음으로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대한 체계적 관리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주요 골자는 직장 내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예방책을 추진하고 장애 발생 시 전문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본부장 최진종) 관계자는 각 소방관서별로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필요한 인터넷 싸이트를 활용하여 소방공무원 모두가 우선 이 증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하는 한편 ‘119 스트레스 체조’를 보급하고, 직장 내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 하는 등 평소에 직장 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소 관리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 의료 기관의 이용.

소방공무원 본인이 원할 경우 무료로 이용 할 수도 있지만 참혹한 현장에서 활동을 한 경우에는 소방관서장이 판단해 팀 단위나 활동 단위 전원이 의료기관의 검사나 치료를 받도록 의무화 했다. 본인이 느껴도 무심코 지나가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고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껴도 주위 인식 때문에 기피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소방본부는 도내 모든 소방서가 이용이 편리한 인근의 병원과 ‘소방공무원 외상 후 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협약’ 체결을 맺도록 했고 이번 달에 모두 마친 상태다.

병원을 이요한 사람의 비용청구도 이원화 했는데 주위에 알려지는 것이 불편한 사람의 경우 별도 절차없이 비용 청구를 본인이 소방본부로 직접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차원도 동시에 고려를 해야하기 때문에 비용 청구 절차도 별도 절차 없이 병원산출 내역으로 대신해 상담이나 치료 후 행정절차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약속하는 소방본부 담당자의 말처럼 이 정책을 통해 그동안 참혹한 현장을 지키며 받은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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