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전국적으로 자동차가 몇 대 안 되던 아주 오래 전, 그 당시 버스 운전석 앞에는 어김없이 어린 소녀 하나가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담긴 액자가 한 개씩 매달려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그 사진 바로 옆에는 ‘오늘도 무사히!’란 글귀가 씌여 있었다. 아마 그 시절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 자동차 운전을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날그날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간절한 마음에서 그런 사진을 걸어놓고 다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문득 떠올려 보게 된다.

요즘들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마치 살얼음판을 걸을 때처럼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아무 탈없이 하루를 무사히 넘기고 나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한다.

실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너무나 끔찍하여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무서운 사건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모습들을 너무나 자주 대하게 된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고 건강했던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가 하면, 하루 아침에 암이나 뇌출혈, 뇌경색 등, 말만 들어도 무서운 난치병에 걸려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그 누군가 가 말하지 않았던가!

뜻밖의 교통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큰 부상을 당하여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불행하고도 아찔한 사건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 순간의 실수로 불행을 당하게 되는 일도 너무나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강이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등반을 하다가 발을 헛딛어 추락을 하기도 하고, 무서운 화재로 인하여 단 하나 밖에 없는 가장 소중한 목숨울 하루 아침에 빼앗기기도 한다.

뜻밖의 끔찍한 불행을 당하게 되는 일이 어디 그뿐이랴. 천재지변으로 인해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과 참변들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그 횟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만 가고 있다.

홍수와 해일, 산사태, 지진, 그리고 태풍.....등이 바로 그것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끔찍하고도 무서운 참변들보다 더욱 두렵고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런 사건이나 광경을 목격하고도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며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얼마나 더 크고 끔찍하고 잔인한 사건이나 광경을 보아야만 동요를 하게 될까! 마치 그보다는 더 참혹하고 잔인하며 끔찍한 사건이기를 기대했었는데 그렇지 않아 실망이라도 했다는 그런 표정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사람들의 그런 생각이나 표정이 때론 그런 끔찍한 사건들보다 더욱 무섭고 두렵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의 심성을 그렇게 변화시키게 된 원인으로는 대부분의 영화나 컴퓨터 게임들도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요즈음 영화를 보면 전개 과정이 처음부터 차마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로 욕설로 시작해서 욕설로 끝나는 것은 예사이다.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으로 구성된 것이대부분인 것이다.

너무나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서 우리 인간 본래의 따뜻한 온정이 사라지고 정서가 바짝 메말라졌기 때문일까!

그래 그런지 요즈음은 사실, 불의의 끔찍한 사고나 난치병, 그리고 여러 가지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보다 더욱 무섭고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돈이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세상! 그래서 사람을 한 마리의 하찮은 벌레들의 생명보다 더 우습게 여기고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해치는 무서운 세상!

언제부터 이토록 사람의 목숨을 우습게 여기는 무서운 세상으로 변하고 말았을까!

실로 최근에는 불과 몇 푼의 돈이 필요해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남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는가 하면, 사소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생명을 순식간에 해치는 끔찍한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득 톨스토이의 명언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언젠가는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철회할 수 있지만, 한번 잃으면 영영 되찾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생명이다’ 란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명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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