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작가)
‘고어사’라는 회사 이름만 들어도 우리는 누구나 바로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의 이름난 회사를 떠올리게 된다.
이 회사는 회사의 주요 경영 방침을 결정할 때, 모든 직원들의 의사 하나하나를 모두 소중하게 여기고 받아들이기 위해 직원 모두를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이 회사는 모든 직원들의 계급이 따로 없기 때문에 상사도 있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전혀 윗 사람의 명령 체계가 있을 수 없으며, 그나마 상사가 있다 해도 명령을 전혀 할 수 없으며 다만 직원들이 의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도와주는 역할만 있을 뿐이다.

실로 민주적이며 그 누구나 가 한결같이 소망하고 갈망하는 바람직한 경영이 아닐 수 없다.
일단 고어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으레 회사의 전부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회사의 배려 때문이다.

이토록 전 직원들에게 권위보다는 믿음, 그리고 창의력과 적성을 존중하며 경영한 결과, 그 회사는 얼마 가지 않아 전국에 28개사의 공장을 더 확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그리고 이 회사는 그렇게 해서 엄청나게 불어난 수익금을 모든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직원들의 근로 의욕은 하늘을 뚫을 듯 치솟게 되고, 회사는 날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던 이런 경영 방침이 놀라운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자, 고어사의 이런 경영 방침에 대해 <포브스>지는 한마디로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영하지 않는 것이 참된 경영’ 이다, 라고…….

그리고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인 빌 고어 역시 자신있는 어조로 이렇게 역설하였다.
“우리는 회사를 경영하지 않는다. 다만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모든 직원들에게 회사 일을 믿고 맡기는 방법으로 경영해온 결과 오늘의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언젠가 우연히 우리 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이야기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 한 사람이 야망을 가지고 조그만 회사 하나를 설립하게 되었다. 회사를 설립한 지 몇 년도 되지 않아 이 회사는 운이 좋아서인지 날로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남달리 직원들의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서였는지, 아니면 사장이 회사 경영을 잘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나날이 몰라보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많은 돈을 손에 쥐게 된 젊은 사장의 성격은 차츰 교만해지면서 권위 의식을 부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을 우습게 여긴 나머지 나이를 불문하고 반말로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예사이고,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멋대로 내쫓기도 하는 등, 그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배짱이 늘었음인지 회사의 모든 일을 직원들에게 맡긴 채, 자신은 연인과 같이 외국 여행을 즐기는 일도 빈번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하루도 어김없이 출근 시
간에 맞추어 회사로 전화를 걸어 직원들의 출근 현황을 묻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들의 출근 상황을 전화로 파악하다가 마침 직원 한 명이 지각을 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크게 화가 난 사장은 사장을 우습게 안다며, 내일은 당장 전직원 모두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앞당겨 출근하라는 엄명(?)을 간부를 통해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만일 지각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사표를 받아놓으라는 명령도 잊지 않았다.

회사 일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혼자 외국 여행이나 하고 있는 주제에 직원들에게 미안한 생각은 커녕,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이보다 더한 가관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걸국 그 회사는 그 후, 얼마 가지 않아 하루 아침에 부도를 일으킨 채 문을 닫고 말았다.

예부터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고 서로 의심하며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늘 상대방을 우습게 여기고, 이 세상에서 오직 자신만이 가장 훌륭하다고 소리높여 외치는 사회, 그보다 더 큰 불행과 비극이 또 어디 있으랴!

그것은 바로 결국에 가서는 너도 죽고 나도 죽는 파멸의 길을 초래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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