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어느 날 이맘 때 일터로 나가신 아버지의 귀가가 늦었다. 아마 그해는 가뭄으로 인해 지금의 교문도서관 주변인 가능골은 물론 이문안 저수지의 물을 껴안고 살았던 농부들의 마음은 불볕더위에 탔었다.

“아버지 저수지에 나가셨다. 어서 모시고 오너라. 저녁 자시게.”
할머니의 채근이 시작되면 수택동 이촌말에서 이문안 저수지까지가 얼마나 멀던지. 꼬불꼬불 고샅길을 지나 찾아가면 아버지와 친구들은 논에 물을 대는 순서로 설왕설래 했다. 당시 논농사를 주업으로 삼았던 이문안, 박촌, 가능골, 이촌말, 한다리, 샛다리 등 이문안 저수지 주변에 농사를 짓던 이들에게 봇물을 대는 일은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같았으리라.

가뭄이나 홍수에 무관심 했던 아이들에게는 수문 앞 수로는 장자못 수로와 더불어 여름철에 즐기기에 이보다 훌륭한 놀이터는 없었다. 삼태기나 졸대로 하는 고기잡이는 어린 나이의 아이들도 함께했고, 나이가 조금 많은 아이들은 장갑을 끼고 둔덕을 뒤지며 논게 잡아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일은 논두렁을 누비면서 잡은 참개구리의 도톰한 다리 구이는 형제와 친구들의 몫이고 몸통은 삶아 닭이나 돼지에게 나누어주는 나눔의 정(情)도 있었다. 겨울이면 썰매를 만들어 저수지를 씽씽 내달렸고, 저수지 한가운데에서의 고무다리 지치기는 스릴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이문안저수지는 어른들에게는 물의 고마움을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로서의 즐거움이 있던 곳이다. 어디 그뿐이랴 경향각지에서 몰려온 낚시꾼에게는 세월을 낚기에 충분한 장소이기도 했다.

도심화로 옛것은 사라지고 새것으로 바뀌는 과정에 살아남은 이문안저수지의 생명력에 고마움을 던지기도 했다. 한때는 구리시청 옆에 문화예술회관을 짓고 구름다리를 만들어 저수지와 연결하여 조각공원, 문학공원은 물론 주민 편의시설이 만든다는 이야기에 두 손을 들어 환영 한 적도 있었다.

오랫동안 한 지역의 젖줄로 사용되던 이문안저수지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니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재단 측의 입장을 보면 분명 저수지이지만 지목이 대지로 되어 있어 천정부지로 솟는 공시지가에 따른 세금으로 인해 저수지를 메워 주차장이라도 만들어 그 차액을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리시에 거의 제공하다시피 하면서 세금은 재단이 부담하니 법에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 부터 불거져 나왔고, 두 세 해 전부터 매립관련 소식은 공공연했다. 결국 법원은 재단의 손을 들어 주었고, 구리시는 닭 쫒던 개 지붕만 바라보는 신세가 되었다. 구리시 관계자들이 구리 시민들의 것으로 돌리는 일에 너무 느슨하지는 않았나 반성해볼 일이다.

이미 구획정리를 위한 붉은 깃발이 꽂혀있는 데도 역사적 배경과 환경을 앞세워 아차산 개발, 고도제한 해제, 왕숙천 제방도로 확장 등의 문제를 두고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던 시민단체나 환경단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거나 문제를 도출을 시켰다는 내용을 접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크다.

다행히 지난 7월 3일에 있었던 구리시의회 제168회 정례회 제6차 본회의에서 진화자의원과 신태식의원이 관심을 갖고 '이문안저수지의 공원화'와 관련된 질문에 박영순시장이 이문안저수지는 재산관리 부서에서 현재 매입 또는 교환을 추진 중에 있으며, 매입이 끝나면 공원으로서 시설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 공원조성사업으로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답변이 있었다. 이문안저수지가 아직은 회생의 기회가 있다니 우선은 다행이다.

이문안저수지는 추억을 간직한 이들은 물론 도심 속의 호수공원으로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갈 후손에게 길이 남기는 일 또한 우리들의 몫이다.

저수지의 소유자는 그동안 구리시에 속한 관청사부지 등을 흔쾌히 내놓았던 재단이다.

과거에 그랬듯이 이번 이문안저수지문제도 재단 측과 구리시, 시민, 시민단체 모두가 지혜를 합쳐 영원한 구리시의 자연유산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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