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작가)
일찍이 남의 잘못에 대한 관용에 대해 세익스피어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남의 잘못에 대해 항상 관용을 베풀도록 하여라! 지금 남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면 과거의 나의 잘못이었음을 돌이켜 생각해 보아라! 이 세상에 잘못이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완전하지 못한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진정으로 용서하고 관용하라! 인간은 어디까지나 정의를 존중하고 받들어야 하지만, 정의만으로 재판을 한다면 우리 인간들은 단 한 사람도 구원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 옛날, 위나라에 ‘송취’라는 어진 선비가 있었다. 그는 어느 해 여름, 이웃 나라인 초나라 가까이에 위치한 작은 고을의 현령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가 부임할 당시, 양국 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농민들은 너도 나도 수박 농사짓기에 한창이었다.

그런데 워낙에 성품이 부지런한 위나라 농민들은 밭에 물을 자주 주어 꿀맛처럼 달고 맛있는 수박을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초나라 농민들은 물을 잘 주지 않아 수박이 잘 자라지도 못하고 또한 맛도 없게 되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가! 이를 알게 된 초나라 농민들은 자신들의 게으름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위나라 농민들을 시샘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밤이면 몰래 위나라 수박밭에 숨어 들어와서 애꿎게도 탐스럽게 잘 자라고 있는 수박에 일일이 흠집을 내기도 하고 싱싱하게 벋어가고 있는 덩굴을 잘라내기도 하였다. 그러자 며칠 안 가서 위나라 수박들도 어쩔 수 없이 위나라 수박들도 하나 둘씩 시들고 말라죽기 시작했다.

그 까닭을 알게 된 위나라 농민들은 몹시 분개한 나머지 그 길로 당장 송취를 찾아가서 보복을 하겠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하게 되었다.

그러나 송취는 보복은 후에 더 큰 화를 부르게 마련이라면서 이렇게 명령하였다.
“당장 화가 난다고 해서 일을 그렇게 감정적으로 처리해서는 결코 안 되느니라. 이제부터 매일 밤 초나라 사람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수박밭에 물을 주도록 하여라! 단 그들이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 일을 처리하도록 하여라!”

농민들은 송취의 명령이 몹시 못마땅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명에 따르게 되었다. 그 후부터 초나라의 수박은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원인을 뒤늦게 알게 된 초나라 농민들과 현령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되었다.

마침내 이 사실은 초나라 왕에게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왕은 곧 위나라에 많은 금은보화를 보내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게 되었다. 그 뒤부터 두 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사이가 좋은 나라가 되어 오래오래 평화롭고 행복한 세월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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