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작가)
아주 오래 전에 들었던 몹시 우스운 이야기 하나가 문득 생각난다. 아마 조선 시대 말엽쯤의 이야기로 짐작이 된다.

몹시 무더운 어느 여름날의 오후, 동구 밖 느티나무 정자나무 그늘 밑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연신 코를 골며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사람, 장기를 두는 사람, 바둑을 두는 사람, 운율에 맞추어 목청껏 멋들어지게 시를 읊고 있는 선비……등

그러던 중, 갑자기 선비 한 사람이 몹시 안 됐다는 듯, 언짢아진 얼굴로 혀를 차고 있었다.
“쯧쯧쯧…… 아니 이 더운 날씨에 저런 변이 다 있나!”

저 아래 공터에서 그때 마침 예닐곱 명의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배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닌 모두가 미국인 들이었다.

선비로서는 이런 무더위에 배구를 하고 있는 그들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그늘에 앉아 있기만 해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배구를 열심히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불쌍하고 측은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그런 광경을 보다 못한 선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보게, 저 젊은이들은 먼 타국에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니 저 사람들을 우리가 좀 도와주는 게 어떻겠나?”

“허긴 그게 좋겠네만, 우리가 어떻게 저 사람들을 도울 수가 있겠나?”
다른 선비의 대답에 먼저 말을 꺼낸 선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지. 우리 하인들을 모두 불러내서 저 사람들 대신 배구를 하라고 시키면 될 게 아닌가.”

“옳지!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일세!”
마침내 선비들은 당장 마을에 있는 하인이란 하인들을 모두 불러내게 되었다. 그리고는 미국인들 한창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배구를 대신 하라고 명령을 하게 되었다.

선비들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인들은 곧 공터로 달려들어 미국인들이 한창 신나게 놀고 있는 배구공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배구공을 차지한 채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배구를 제멋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모른 채 졸지에 하인들에게 공을 빼앗긴 미국 젊은이들은 그만 어이가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만 딱 벌릴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과거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운동에 관심이 없고 무지했던가를 단적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 시절, 양반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 제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급히 서둘거나 뛰는 모습을 절대로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요즘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 누구나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나머지 운동이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이다. 실로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노력과 운동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생명을 잃게 되거나, 남보다 조금 뚱뚱한 몸매, 심지어는 여드름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얼굴 모습이나 외모를 비관한 나머지 어리석게도 스스로 단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자신의 목숨까지 스스로 끊는 끔찍한 사건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도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해지는 것도 좋고, 균형 잡힌 아름다운 몸매와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가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반드시 한번쯤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보기에만 좋은 겉모습보다는 알차게 여문 내면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무리 우리 몸에 좋은 보약이라 해도 지나치게 복용하면 오히려 해가 되고 독이 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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