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작가)
영국의 어느 마을에 방앗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워낙에 부지런하고 우직한 성격이어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조금도 쉬지 않고 열심히 방앗간 일을 하면서 나날을 보고 있었다.

늘 밀가루를 뒤집어 쓴 그의 온몸에는 땀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렇게 힘든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는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며 얼굴 가득 즐거운 표정이 떠날 줄을 몰랐다.

하루는 방앗간 앞을 지나가던 왕이 그의 콧노래 소리를 듣고 발길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방앗간 주인에게 묻게 되었다.

“자네가 흥겹게 부르는 노랫소리에 취해 잠시 길을 멈추었네. 자네는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매우 즐거운 표정인데 어떻게 해야 기쁜 마음으로 자네처럼 즐거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나?“

그러자 방앗간 주인은 더욱 활짝 밝아진 얼굴로 대답했다.
“뭐 특별한 방법이랄 것이 있겠사옵니까? 그저 제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지낼 뿐이옵니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누구나 그렇게 즐거워질 수 있단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게다가 저는 운이 좋게도 이웃들이 모두 친절하옵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어울 리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사옵니다. 제게 주어진 일거리는 많고, 이웃들은 친절하고, 그러니 제 가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이며,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이에 왕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허허- 과연 그렇겠구먼. 지금 자네가 쓰고 있는 밀가루 투성이의 낡은 모자가 내가 쓰고 있는 이 왕관보다도 훨씬 더 훌륭하고 귀하게 여겨지는군!”

언젠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다음과 같은 값진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것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란 제목으로 몹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된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 동물들만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몇몇 동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얘들아,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이 뭔지 너희들 알고 있니?”
어느 동물의 느닷없는 질문에 다른 동물들은 그동안 자신이 귀하다고 생각하고 여겨오던 것을 앞을 다투어 제멋대로 대답하게 되었다.

“그야 물론 돈이지 뭐. 돈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마음대로 해결할 수 있잖아.”
“아니야.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이 가장 귀하단 말이야.”
“그렇지 않아.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자신의 명예란 말이야.”

동물들이 한동안 자신이 생각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이라고 힘을 주어 우겨대곤 했지만 얼른 쉽게 결론이 나지를 않았다. 이에 동물들은 마침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을 직접 찾아보기로 하고 각자가 흩어져서 길을 나서게 되었다.

동물들은 하루 종일 여기 저기 부지런히 쏘다니면서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길을 나섰던 토끼 역시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저녁때가 되자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마을로 돌아오게 되었다. 마을 어귀에 다다른 토끼는 기진맥진한 몸을 잠시 쉬기 위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무심히 고개를 들고 저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괭이로 열심히 밭을 일구고 곰을 발견하게 되었다.

드넓게 펼쳐진 넓은 밭, 그리고 잠시도 쉬지 않고 미련스럽게 땅을 파고 있는 곰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구슬 같은 땀방울!

“아아! 바로 저것이로구나!”
토끼는 드디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찾게 되었고 뒤늦게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쉬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
그 땀방울이야말로 값진 보석이나 돈보다도 더욱 귀하고 값진 보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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