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작가)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정말 하루가 다를 정도로 눈부신 발전과 깜짝 놀랄만한 고도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살기 좋은 세상에 경제적인 여유만 좀 넉넉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하겠다.

그리 머지않은 얼마 전, 그러니까 불과 4,50년 전과 비교해 보더라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좋은 세상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살기 좋은 꿈같은 세상이 오게 될 줄을 그 누가 감히 꿈에라도 상상조차 할 수가 있었으랴!

옛날과 달리 지금은 돈만 있으면 모두가 해결되는 세상이다. 소유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마음껏 즐기고 싶은 것, 그 어느 것 하나 안 되는 것이 없으며 불가능한 것이 없다. 그야말로 살기 좋은 세상, 지상 낙원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건 또 어찌 된 일이며 무슨 변이란 말인가. 이토록 살기 좋은 세상에 어떻게 된 일인지 요즘 어디를 가나 이구동성으로 먹고살기가 어렵다고 야단법석들이다. 경기의 침체로 국가도 기업도 그만큼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해가 갈수록 실업자의 수가 늘어만 가고 있다.

실업자만 늘어가고 있는 게 아니다. 한껏 큰 꿈을 품고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소위 명문 대학 졸업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은 한창 꿈이 부풀고 무르익어야 할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거리를 방황하거나 방구석에 틀어박혀 한숨과 함께 실망과 좌절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실로 안타깝고도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요즘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일자리가 없는 것이라고 쉽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결코 그렇게 단정할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오죽 일자리가 없으면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환경미화원 시험에 도전을 하겠는가.

얼마 전, 서울시 모 구청에서 환경미화원 5명을 모집하는데 120여 명의 응시자가 몰렸다고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응시자 중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꽤나 여러 명이 있었으며, 또한 현재 다니고 있던 어엿한 직장을 그만두고 응시한 사람도 있었다. 벌써 오래 전부터 그래왔던 일이니까 새삼 놀랄 것도 없고 또한 대수로울 일도 아닐는지도 모른다.

3수를 해서야 마침내 합격의 영광(?)을 얻게 되었다는 어느 한 사람에게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면서 소감을 묻게 되었다.

“왜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힘든 환경미화원 시험을 보게 되셨는지요?”

기자의 물음에 그는 서슴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은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몰라 항상 불안합니다. 식구들을 오래 먹여 살리려면 일찍이 이 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얼마나 서글프면서도 오늘날의 현실을 대변하는 현명한 대답이란 말인가.

‘근로’는 우리 국민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국민의 4대 의무 중의 하나이다.

수년에 걸쳐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감내해 가면서 최고 학부를 어렵게 졸업했으나 막상 일자리가 없어 졸업을 하기가 무섭게 실업자 아닌 실업자로 나날을 보내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 열심히 일을 하고 싶어도 정작 일거리가 없는 나라, 그래서 날이 갈수록 그들 젊은이들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고 쳐지는 나라, 이건 진정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의욕과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야말로 생지옥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골고루 줄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일하는 즐거움을 어디다 비하랴’란 그 옛날의 국민가요의 노랫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나 정작 일거리가 있어야 즐거움도 행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열심히 일하면서 구슬 같은 땀방울도 흘려가며 일의 성취감과 보람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루 빨리 그런 희망찬 날이 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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