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분 잡초와 억새를 자르는 예초의식과 고유제 열려

세계유산 조선왕릉의 근간이 되고 있는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에서는 지난 6일 한식을 맞아 봉분예초의식과 고유제가 있었다.

건원릉의 봉분은 다른 능과는 달리 청완(靑薍)이라는 억새가 자라고 있다. 이는 태조이성계의 유언에 따라 다섯째 아들이자 조선조 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의 명에 의해 식재되었기 때문에 다른 능들은 5월부터 9월까지 7차례 정도 깍지만 건원릉은 한식날 단 한차례 예초(刈草)를 한다.

건원릉 봉분 머리 깍는 날...잡초를 제거하고 억새를 자르고 있다. 

“동구릉관리소에서는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온 청완예초제를 작년부터 의식을 거행하고 고유제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이다. 고증을 받아 내년부터는 동구릉의 대표적 행사로 확대할 예정이다.”고 조인제 동구릉관리소장을 이번의식의 의미를 밝혔다.

이날 청완예초의식은 오전9시부터 능상의 잡풀을 제거하고, 청완을 베는 예초의식에 이어 11시 재실을 출발한 제관의 행렬에 이어 풀을 베었음을 알리는 고유제가 있었다. 

이번 예초제에서는 3년전 건원릉 봉분의 억새씨를 받아 문화재청 사릉관리소에서 배양하고 기른 억새를 봉분에 청완 묘포를 식재했다. 

건원릉 봉분 머리깍는 날...억새 예초와 묘포 식재를 알린 제사를 마친 헌관과 제관들. 

이날 예초제의 초헌관은 동구릉관리소 조인제 소장이 아헌관에는 구리시향토사연구소 박명섭 소장이 종헌관은 동구릉관리소 권진욱 관리계장이 맡았으며, 제관은 감제(監祭) 이남수, 집례(執禮) 이상윤, 대축(大祝) 이윤호, 좌전(左奠) 이선용, 우전(右奠) 이경훈, 봉등(奉燈) 이상국, 봉향(奉香) 이창영, 내봉(內奉) 이규대, 외봉(外奉) 이종진, 사준(司罇) 이청훈, 찬의(贊儀) 이경용, 진설(陳設) 이보섭, 해설(解說) 이상훈 등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제무위원과 능제위원들이 봉임했다. 

1930년대 건원릉의 모습.
2010년 4월5일. 예초전 봉분 모습.
2010년 4월 6일. 예초후 봉분 모습. 

[키워드] 건원릉 봉분 억새의 이름은 청완(靑薍)

청완이란 이름은 조선왕조실록 인조 7년 3월 19일자 기사인데, 당시 동경연 홍서봉과 인조가 강론을 하다가 주고받은 대화에서 홍서봉이 “건원릉(健元陵) 사초(莎草)를 다시 고친 때가 없었는데, 지금 본릉에서 아뢰어 온 것을 보면 능 앞에 잡목들이 뿌리를 박아 점점 능 가까이까지 뻗어 난다고 합니다.

원래 태조의 유교(遺敎)에 따라 북도(北道)의 청완(靑薍)을 사초로 썼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른 능과는 달리 사초가 매우 무성하였습니다.”라 말하자 인조는 “한식(寒食)에 쑥뿌리 등을 제거할 때 나무뿌리까지 뽑아버리지 않고 나무가 큰 뒤에야 능 전체를 고치려고 하다니 그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지금이라도 흙을 파서 뿌리를 잘라버리고 그 흙으로 다시 메우면 그 뿌리는 자연히 죽을 것이다. 예로부터 그 능의 사초를 손대지 않았던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였던 것이니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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