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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추억의 계란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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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일보 고영남
등록일
2008-05-18 08:05:58
조회수
8476
얼마 전 지나간 스승의 날, 전해 듣기로는 백화점 상품권이 동이 났다고 한다.



얼핏 백화점상품권이 동이 났다고 보도가 되니까 부정적 의미로 해석이 되는 듯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몇 십 년전 특별한 날을 택해서 농촌학생들의 손에 들려 선생님께 드리던 존경의 달걀꾸러미가 진화된 결과다.



그마저도 밥술이나 먹는 부농내지는 중농정도의 집에서나 시도되었던 뇌물[?]이었지 일반 가정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일들이었다.



당시에도 달걀꾸러미를 선생님께 전달한 아이들은 다소 기가 성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른이 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달걀꾸러미의 약발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리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그래서 아직도 그 약발을 믿는 학부모들이 상품권을 구입했을 거라고 쉬이 짐작이 된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얘기다.



요사이 학교 교정에서 선생님을 구타하거나 학부모가 그 역할을 대행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런 말도 않되는 상황들을 개탄스럽게 생각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일반인으로 써는 혀나 끌끌 차볼 뿐이지 도리가 없다.



이런 현상들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로 귀착되는 부분이 있다.



한마디로 사정없이 무너져버린 현재의 사도[師道]가 과연 누구 탓이란 말인가.



뭐~ 지금 고리타분하게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운운 하자는 것 이 아니다.



과거 선생님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스승의 자세를 견지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실제 사례들이지만 시골 어느 학교에서는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서 자신의 박봉을 거침없이 털었던 사례들이 흔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요즘 선생님들에게서 그런 모습은 보기가 어려워졌다.



조금 더 앞서나가서 보면 소위 학자라고 하는 분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정도는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평소 자신이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하던 학설도 정치조직 에 입문하는 순간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현실에 근착해버리는 학자군[群]을 너무 많이 보아온 터라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현재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존엄한 가치의 “스승님”에서 “선생질”로 그 품질이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 탓의 근본 까닭을 곰곰 생각해보면 그 책임의 8 할 이상은 교육정책 당국과 선생님들 탓이라고 본다.



세상이 아무리 급하게 변해 간다고 하더라도 어린이들의 손꼽히는 장래희망인 존귀한 선생님의 절대가치를 선생님들 스스로 잃어버리지나 않았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이 말은 한가하게시리 목가적인 환경의 선생님 상을 그리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란 우리 아이들의 꿈과 철학을 책임져야 하는 너무도 중차대한 직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책임 또한 크기만 하다.



이제 쯤은 교사라는 일반적 호칭에서 교사들 스스로 선생님이라는 고유명사를 되찾아야 한다.



그 옛날 스승의날 아침 계란꾸러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등교하던 그 아름답던 교육환경을 선생님과 교육 당국자는 반드시 되찾아 주어야 한다.



요즘 전국적으로 조류 인플루인자[AI] 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다.



과거 아주 귀한 대접의 상징이던 추억의 계란꾸러미가 요즘 너무 천박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씁씁한 기분이다
작성일:2008-05-18 08:05:58 220.127.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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