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며칠 전, 우연히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여교사 한 분과 담소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는 서울에 위치한 모 학교에 발령을 받아 5년째 근무하고 있다고 하였다.

한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난 아주 오래 전, 어느 초등학교로부터 특기 적성 교육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그 때 내가 맡아 지도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2,3학년에 재학중인 어린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어린이는 수업 시간마다 제멋대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소란을 피워 내 재주로는 도무지 수업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도대체 공부를 하러 온 것인지, 수업을 방해하려고 작정을 하고 온 것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매번 이렇게 타일러도 보고, 저렇게 달래 보기도 하였지만,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여서 나의 부족한 능력으로서는 속수무책이며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계속 소란을 피우고 다니는 그 어린이를 향해 결국 칠판에 결려 있던 지휘봉을 꺼내 들고 겁을 주기 위해 으름짱을 놓게 되었다.

“너 조용히 자리에 앉지 못하겠니? 계속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 떠들면 이 몽둥이로 맞을 줄 알아. 알아 들었지?”

내딴엔 겁을 주기 위해 제법 무서운 얼굴을 하고 소리쳤지만, 그 학생은 겁을 먹거나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싱글싱글 웃는 낯으로 여전히 딴청만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뉘집 개가 짖느냐는 그런 표정으로 더욱 소란을 피우며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일이 그 정도로 끝났더라면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을까.

그 다음에 나를 더욱 놀라게 하고 실망시키게 된 것은 그 어린이의 짝궁인 또 다른 친구의 태도였다.

“야야, 빨리 신고해! 신고!”

내가 매를 든 것을 보고 어서 신고를 하라고 친구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찌 아직 철도 제대로 들지 않은 어린 학생들의 입에서 그런 말이 쉽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어쩌다가 오늘 날의 교육 현장이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너무나 기가 막히다 못해 난 한동안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 여교사가 들려준 이야기에 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현재 6학년을 담임하고 있는데 어쩌다 쉬는 시간에 볼 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여지없이 봉변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아이들이 아닌 자신이 담임한 반의 몇몇 짓궂은 학생들에게…….

그 짓궂은 녀석들은 자신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어느 틈에 미리 알고 화장실로 와서 몰래 숨어서 대기하고 있다가 날벼락을 벌이곤 한단다. 화장실 밑에 벌어진 틈으로 미리 퍼놓고 있던 물통의 물을 힘껏 쏟아붓는 바람에 그때마다 신발과 다리가 온통 물벼락을 맞는 봉변을 당하곤 하지만 너무나 기가 막히고 부끄러운 마음에 차마 이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좀 멀긴 해도 교무실 옆에 있는 교사용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 학생들은 언제부터인가 교사의 행동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는 부끄럽고도 불미스러운 사례가 벌어지곤 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얼마 전에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교사가 학생들을 경찰에 신고를 해서 우리들 모두를 인티깝고 슬프게 하기도 하였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려고 애를 써도 실로 부끄럽고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의 현장이 어느 틈에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이젠 분명 ‘동방예의지국’이란 자랑스러운 호칭이 사라진 지 오래이며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 는 말도 이제 까마득한 옛날의 전설속의 이야기로 남게 된 지 오래이다.

오늘날, 고도로 급속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더욱 높은 지식과 학문을 탐구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과정에서는 분명히 교육의 궁극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바람직한 행동 변화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형식적이 아닌, 진심으로 인간이 인간을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존중할 줄 아는 참된 인간 교육, 그리고 예의를 중시하는 올바른 인성 교육이 하루 바삐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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