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풍성했으나 알곡은 적어

희망을 안고 떠올랐던 무자년의 해도 다사다란(多事多亂)이란 말로 저물어가고, 기축년 소의 해가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2008년은 정권이 바뀌고 나라의 한 해 살림을 정리하면서 국민이 호소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모두 "힘들다. 죽겠다"고 하며 "잘한 것도 없고 잘못한 것들만이 난무하다"는 가운데에서도 위안이 되어 준 것은 문화예술이라는 보호막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외 정세가 냉랭한 속에서 위로의 주체가 된, 구리시와 남양주시에서 펼쳤던 문화예술공연들... 현장취재와 각종 보도자료를 통하여 살펴본 우리지역의 성과물은 한마디로 "풍성했으나 알곡은 없었다."는 것이 중론으로 본고는 올 한 해 동안 펼쳐졌던 축제와 공연물을 진단하고자 한다. 

2008년 최고의 지역축제로 손 꼽고 싶은 "101년만에 재현한 명성황후 국장행렬"

-주말은 축제의 도시...넘치고 넘쳐... 

2008년 한 해 동안 펼쳐진 축제와 공연은 구리시의 경우 유채꽃, 코스모스, 광개토대왕, 희망경기평생학습과 6개월간 28회 공연을 가진 장자못공원의 우리가락우리마당, 8월부터 11월까지 11회 공연을 한 인창중앙공원과 구리역공원의 주말충전야외공연이 대표적인 축제와 공연이다.

여기에다 예총, 문화원, 시립교향악단, 청소년교향악단, 시립도서관, 청소년수련관, 보건소, 여성노인회관, 복지센터 등 문화예술단체에서도 크고 작은 축제와 공연물이 올렸고, 각 동의 자치센터도 특성화를 부르짖으며 합류했다.

이뿐이겠는가 합창단, 관현악단, 성악 등 음악관련단체와 각종 전문가집단과 아마추어공연단체들이 시청대강당, 청소년회관, 공원과 공연장에 앞을 다투며 올렸다. 

남양주시의 경우 다산문화제, 남양주예술제, 먹골배축제와 3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진 북한강나들이, 10대남양주지역축제 등이 올해 대표적인 축제로 기록하고 있으며, 10대 지역축제에서 배제 된 주민센터에서도 새로운 지역축제를 발굴하여 동참을 했다.

구리남양주시의 2008년 문화예술의 특성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동절기를 제외하고 매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흘러넘치는 크고 작은 축제와 공연으로 매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6개월간 48회 공연을 펼친 장자못공원의 "우리가락 우리마당"(사진은 인제뗏사공의 애환을 담은 인제 아리랑 공연)

-구리시, 코스모스축제는 곁다리...주말충전양외공연은 저예산 공연의 새 지평

이렇게 많은 공연물을 올리다보니 무리수도 따랐다. 구리시는 가을 축제의 대명사인 코스모스축제에 광개토대왕축제와 희망경기평생학습축제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펼치는 바람에 축제의 의미를 상실하였고, 매년 개최하던 학생백일장마저 마당을 빼앗겨 날을 따로 잡아 실시하였으며, 먹을거리 또한 축제경험이 부족한 관내 뷔페전문식당이 담당해 음식을 나누기 위해 수십분씩 기다리는 인내력을 테스트해 관람객들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문화예술 사각지대였던 인창동지역 공원에서 펼쳐진 주말충전야외공연은 새로운 저예산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를가 함께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공연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를 했으나, 공연물과 공연장의 전압이 맞지 않아 1시간이상 지연되는 해프닝도 있어 야심찬 준비에도 불구하고 사전준비가 미흡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고, 프로그램 중 구문사가 주관한 "실버문학의 밤"은 실험적인 공연물로 여겨진다. 

장자못공원의 "우리가락 우리마당" 공연은 1억6천만원의 경비로 문화체육부, 경기도, 구리시가 공동주최하였고 구리예총이 주관 "주말마다 신명나는 우리세상"을 테마로 지난 4월 25일 첫 주제인 ‘봄날, 봄짓…그 향긋한 외출’로 출발하여, 10월 25일 명창 김영임 경기민요 한마당을 끝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로인해 구리시민의 국악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으나 정작 차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총 공연물 80개 중 3개로 3.7%밖에 되지 않아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인창중앙공원에서 11주간 펼친 주말충전양외공연 저예산으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사진은 어린이극 '춤추는 동화책'>


-남양주시, 북한강나들이는 최악의 기획...10대지역축제 중 "명성황후 국장행렬"은 백미

'언제나, 다양하게, 즐겁게'라는 테마로 3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각기 다른 장르의 공연으로 보여주겠노라 시작한 금남리 북한강야외공연장에서 실시한 "북한강 문화나들이"는 애를 쓴 흔적은 있으나 애초 지역 예술단체를 배제하고 기획단계에 들어가 부실한 공연기획에 관객마저도 외면해 우리지역 공연물 최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일례로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강행하였고, 무대의 구조막(지붕)은 비가 새 공연자체가 불가함에도 시 관계자는 "공연 20분전, 관객 20명"이라는 희한한 조건을 내세워 공연자들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남양주시에서는 "예봉이네 꽃마을 잔치" 등 10개 단체에 지원하여 지역예술문화축제를 거행했다. 나름 살펴보면 지역의 특색과 정서에 맞는 이름을 걸고 지역민들의 애쓴 흔적은 있으나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이 없는 그저 그런 공연이라는 의견이 많다. 

남양주10대지역예술문화축제 중 금곡동의 "홍유릉문화축제"는 명성황후 시해 101년 만에 진행된 국장행렬은 실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고, 지역축제의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한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덕소팔당지역을 대상으로 한 "바댕이축제"는 북한강을 중심으로 한 대동굿을 국악과 무용으로 승화시켜 새로운 장르의 지역문화를 창출하였고, 마석지역의 "마석우시장 추억의 장터문화 축제’ 또한 추억과 향수를 달래고 아이들에게는 과거를 배우는 아주 귀중한 한 마당이었다고 모니터링을 한 지역문화예술전문가는 평했다.
강변사람들의 생활과 전설을 무용과 음악으로 재현한 "바댕이 축제"

-"광릉숲 축제, 풍양예술제, 새실의 문화향연, 구리문학의 밤, 보릿고개체험"은 돋보인 기획

관주도 행사를 탈피하여 나름대로 공연문화를 정착하고 있는 공연물로는 세 번째 맞이한 "광릉숲축제"와 열 여섯 번째 시민과 만난 "구리문학의 밤" 그리고 퇴계원의 "풍양예술제", 새실의 "남양주시민과 함께하는 문화향연"은 올 해 가장 눈에 띤 기획물이다.

"광릉 숲 축제"는 신비의 보존림 광릉 숲과 문화, 예술, 생태가 어울린 그 어느 도시에서도 그 어느 나라에서도 흉내를 낼 수 없는 행사로 남양주시만의 브랜드화가 시급한 행사이고, 퇴계원의 "풍양예술제"는 지역주민의 힘으로 만들어 문학을 중심으로 무용, 국악 등 공연과 시화전, 사진전, 퇴계원산대놀이전 등 전시와 체험까지 한 장소에서 주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 준 좋은 사례로 보이며, 새실의 "문화향연"은 발레를 중심으로 고루하게 느꼈던 수준 높은 공연으로 대중에 다가섬으로 친밀감을 준 찾아가는 예술활동의 본보기가 되었다.

한편 구리문협의 "현대시 100주년기념 문학의 밤"은 올해가 현대시 출범 100주년이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각인을 시켜주었고, 식전 1세대 시인과 1세대 문학지를 20분간 상영하여 우리나라 문학의 우수성과 지역문학의 독창성을 접목시키는데 큰 획을 그은 알찬 기념행사였으며, 구리의제21이 주관한 "보릿고개체험"은 축제나 공연의 의미보다 체험을 통해 자연스런 문화예술로 승회시켰다. 
"현대시출범 100주년을 기념하며 정호승시인과 함께 한 구리문인협회의  "제16회 문학의 밤" 

-우리지역 2008년 문화예술 성적표는...

우리지역의 2008년을 돌이키면서 문화예술예산 10%절감이라는 야릇한 지원제도가 가장 큰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책정된 지원예산을 느닷없이 삭감지급하면서 행사의 규모는 크게 하라는 상황에서도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발품을 팔며 줄인 예산으로 무사히 역할을 마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공연, 전시, 체험의 숫자를 문화예술관계자와 행정관계자도 그 숫자를 쉽게 기억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해진 문화예술공연 과연 올 한해 그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문화예술 단체들은 서로 반문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지원을 하는 모체에 지원신청서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기다리는 단체도 있을 것이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내년도 지원단체를 쫒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는 매년 되풀이 되는 우리 문화예술의 현실이다.

이제 이틀 후면 2009년 새해가 밝아온다. 하지만 문화예술단체는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후년에 치룰 지방자치선거 때문이다. 몸을 사리는 행정관계자와 문화예술관계자가 많아 질 것이라 보여 혹시나 움추리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 때문이다. 

내년의 성적표는 요즈음 아이돌그룹 2PM의 노래처럼 "10점 만점에 10점"이 되길 바라며 우직하고 뚜벅뚜벅 걷는 소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
주민들의 손으로 만든 퇴계원면의 "풍양예술제"
고루하고 고급스러운 발레공연을 찾아가는 예술로 주민에 다가선 새실의 "문화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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