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작가)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의좋은 형제가 살고 있었다. 집안 형편이 몹시 가난한 형제는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 팔아서 겨우 끼니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형제는 나무를 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다가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호기심에 두 형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한 발 두 발 다가갔더니 아무도 없는 산 속에 빈 절구가 동그마니 혼자 놓인 채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형제는 하도 신기하고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절구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절구에 벼를 넣고 찧게 되었다.

“우와! 금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쌀이 금으로 변했잖아?”

두 형제는 저마다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신기하고 놀랍게도 절구 속의 쌀이 당장 누런 황금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두 형제는 벼를 계속 넣고 찧어 결국 하루아침에 큰 부자가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은근히 욕심이 생긴 형은 동생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동생 몰래 벼를 찧게 되었다. 동생보다 많은 금을 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아무리 벼를 찧고 더 찧어 보아도 더 이상 금이 나오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가만있자,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가 형보다 금을 더 많이 차지해야지!’

한편 동생의 생각도 형과 마찬가지였다. 결국 동생 역시 형이 없는 사이에 몰래 벼를 넣고 찧어 보았지만 역시 더 이상 벼가 금으로 변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이제 절구는 그저 보통 절구일 뿐, 더 이상 전처럼 금이 나오는 신기한 절구가 아니었다.

“이건 바로 형의 욕심 때문이야!”

“내가 동생을 잘못 두었기 때문에 복이 날아가게 된 거야!”

동생은 당장 형을 미워하게 되었다. 형도 아우를 미워하게 되었다.

절구가 생기기 전에는 그토록 의가 좋던 형제였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 절구 하나로 인해 서로가 이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 원수로 바뀌고 만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가 금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음을 깊이 뉘우치게 된 형제는 절구를 산산조각으로 깨뜨려 버리고 말았다. 형제는 다시 옛날처럼 가난해졌다.

그러나 부질없는 욕심을 버린 형제는 다시 옛날보다 한층 더 의좋은 형제로 돌아가서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수도권 여기저기에서는 마치 우후죽순처럼 택지개발로 지정되는 바람에 땅값과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하곤 한다. 부동산 값이 그렇게 되는 것은 신도시 개발이나 뉴타운, 그리고 재건축과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 결과 어제까지만 해도 가난한 살림살이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뜻밖의 거금의 보상을 받아 하루아침에 졸부로 변모하는가 하면 안타깝게도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이상 그곳에서 살지 못하고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삶의 보금자리를 잃고 어쩔 수 없이 정든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는 희비가 엇갈리기도한다.

그런데 여기서 안타깝고 서글픈 것은 돈 때문에 야기되는 각종 불행과 부작용이라 하겠다. 단 한 푼이라도 내 몫을 더 챙기기 위해 어제까지만 해도 그토록 우애가 두텁던 한 핏줄을 나눈 형제들이 서로 원수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을 낳아 준 부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비극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그토록 심성이 곱고 착하기만 하던 사람들이, 그리고 너무나 착하다 못해 법이 없어도 살아갈 사람이라는 말을 듣던 사람들이라 해도 일단 많은 돈이 생기고 나면 누구나 그렇게 마음이 바뀌게 마련인 모양이다.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이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그런 비극들을 막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당장 금이 나오는 절구를 깨뜨려 버리고 아무리 견디기 어려웠던 가난했던 옛날이지만 그 때 정겨웠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게 오히려 지금보다는 훨씬 행복할 것만 같다.

‘진정한 의미에 있어 부자가 되고 싶다면 가진 것이 많기를 힘쓸 것이 아니라 욕심을 줄이기에 힘써라. 욕심을 억제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부족과 불만을 면할 수 없다’. 문득 <플루타아크 영웅전>에 실려 있는 명언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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