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가 박꽃처럼 베어 나오는 우리네 이야기

조정래 지음∣조화숙 그림∣책이지오 펴냄∣271쪽∣값 9,500원
∣비소설 ISBN 978-89-956788-5-5 (03810)
질그릇 같은 삶의 한을 가장 잘 표현해 내는 작가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조정래(CBQ통신 대표)씨가 동화책 속의 그림처럼 소담스레 그려낸 "어매는 나더러 쑥맥처럼 살라하네"를 출간했다.

20여 년 간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작가는 5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고향, 삶의 터전이 또 다른 주거형태로 가는 디지털 시대로 그 장을 넘기면서 순수하고 절박했던 선조들의 삶을 풍산한지에 잘 옮겨놓아야겠다는 심정으로  "박꽃 같은 여자가 좋다"와 "쌀 한 됫박"에 이은 세 번째 에세이집.

어린 시절의 추억과 푸성귀 같은 풋풋한 사랑을 소박한 언어로 빚어낸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금세 콧날이 찡끗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의 글은 우리네 삶이며 읽을 때마다 가슴이 짠해진다. 책장마다 독특한 언어와 해학, 투박한 사투리가 맛깔스럽고 읽고 나면 구수한 청국장찌개를 한 그릇 비운 것처럼 뒷맛이 개운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선조들의 질곡 같은 삶을 들여다 본 것이고 수수한 무명천 같은 담백함으로 그려놓은 우리네의 뿌리를 읽은 것이다.

달뜨는 앞산ㆍ피라미 뛰는 개울ㆍ낮달보고도 짖어대는 누렁이ㆍ솔갈비 태우는 초가집의 굴뚝연기ㆍ소쩍새 앉아 우는 아름드리 느티나무ㆍ산까치 퍼덕이는 늙은 감나무ㆍ하늘높이 날아오르는 노고지리ㆍ나생이 캐는 댕기머리 처녀ㆍ버들피리 부는 더벅머리 총각ㆍ높새바람에 일렁이는 산비탈 보리밭ㆍ동구 밖에 홀로 서서 집 떠난 자식을 기다리는 어매처럼 아련한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는 살가운 정이 절절이 묻어나는 "어매는 나더러 쑥맥처럼 살라하네"에는 삶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토담집도 허물어지고 도시 근교는 아파트 숲이 삼킨 지도 오래전. 어느 유명 작가가 훌륭한 필력으로 문학작품을 그린다하더라도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가슴속 한켠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네모난 원고지 빈칸에 흑백 사진처럼 세세히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름답게 보면 아름다운 세상이 보인다는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이 문학작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조정래(趙政來) 지은이는  현:CBQ 통신 대표. 경북 안동 경안고등학교 졸업. 한국 TC 전자. 캐나다 Radio Shack Co. 미국(사우스켈로라이나)A&A International Co. 벨 즈음 Tandy Co. 프랑스 Tandy Co. 20여년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했으며, Namur college 불어과 2년을 이수했다. 펴낸 책으로는 <박꽃 같은 여자가 좋다>(2004) <쌀 한 됫박>(2006)이 있다. e-mail : cbqa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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