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면에서 도를 닦듯이 사는 이시백은 보기 드문 이야기 꾼

"누가 말을 죽였을까"는 평생을 땅만 파먹으며 살아온 재규 씨와 그의 아들 종필, 고엽제 전우회장 최건출과 사무국장 전충국, 새마을 지도자 우칠, 두꺼비 펜션 주인 말석 씨, 새끼야 슈퍼 평식이, 방골 영배 할배, 소적리 데모쟁이 달수, 구본중 이장 등 충청도 음정면 십오 리, 한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출가이자 판소리꾼인 임진택은 이렇게 말한다.

이시백의 연작소설집 "누가 말을 죽였을 까"
출판일 : 2008년 08월 28일
출판사 : 삶이 보이는 창
ISBN 978-89-90492-61-6(03810)
판 형: 140×210(mm)
면 수 :288면
책 값: 10,000원
각각의 단편들이 한 편의 나무라면, 연작소설집 전체는 하나의 숲인 셈이다. 연작소설의 성패는 나무들이 모여 얼마나 좋은 숲을 이루느냐에 달려있는 것인데, 그러한 관점에서 "누가 말을 죽였을까"는 故 이문구 선생의 "우리 동네" 이래 가장 주목할 만한 연작소설집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누가 말을 죽였을까"는 농촌소설의 새로운 모색

우리가 알고 있는 농민 ․ 농촌소설은 부조리한 농촌의 현실을 풍자하는 데 주력해 왔으며, '농촌:도시, 농민:정부, 부농:소작인' 사이의 대립각이 선명하게 부각되는 고발 또는 빈곤 소설이 주를 이루어왔다. 하지만 이시백의 소설은 이러한 이분법 너머에 시선을 던지며 황폐한 농민들의 속살을 보듬어 안는다. 여기에서 기존의 농민 ․ 농촌소설을 계승하면서 넘어서는, 웃음과 울음이 뒤엉킨 이시백 만의 절실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펼쳐나간다.

" 이 소설은 오래 전의 이야기 같다는 평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요즘 내가 사는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엮은 글이다. 농민의 각박한 삶이나 농촌의 궁벽함이 여전하다는 말로 들린다. 다만 오늘도 혹 예전의 양반집 말이 묻혔다는 무덤을 뒤지고 있는 농민이 없기를 바란다. 저 죽은 줄은 알지 못한 채, 무덤 속에서 웃고 있는 농민들에게, 누가 자신을 그 속에 들어가게 했는지, 누가 말을 죽였는지 이제라도 따져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

‘깔아놓기(布石), 숨겨놓기(伏線), 뒤집기(顚覆)’ 이야기꾼으로서의 소설가 이시백

연작소설집 『누가 말을 죽였을까』는 독자들에게 단편소설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 준다. 탄탄한 구성, 주도면밀하게 설정된 복선, 인물의 섬세한 내면 포착, 극적인 결말 등 어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임진택은 이시백을 “이야기꾼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자랑스러운 전통과 계보를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시백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적 성격’에 있다. 그의 소설은 자유분방하면서 흥미진진하고, 시끌벅적하면서 화기애애한가 하면, 비분강개하다가 태연자약하고, 능청 익살맞다가 청승 비감하고, 우렁우렁하다 다시 소곤소곤하고, 통쾌무비하다 망연자실하기도 하고, 시시껍적하다가도 기실은 의미심장하다. 이 모든 특징이 바로 ‘이야기’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작가 시백(時帛)의 존재 의의는 이러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자랑스러운 전통과 계보를 적극적으로 계승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작가 이시백은?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동양문학』소설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현대문학』 등에 단편소설을 발표하여 왔다. 장편소설 『메두사의 사슬』(1990)과 산문집 『시골은 즐겁다』(2003), 자유단편소설집 『890만 번 주사위 던지기』(2006)가 있다. 현재 경기도 수동면 광대울 산중에서 주경야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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