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작가)
우리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옛날과는 달리 특히 요즘은 어딜 가나 더욱 그런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는 사회로 변한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물론이고 청소년들이나 친구와 스승, 부모와 자식간에도 툭하면 ‘사랑’이란 말을 아주 쉽게 마치 입버릇처럼 자주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이란 공자님의 말씀대로 우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일 것이다.

조선 시대 합천 해인사에 지성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그는 남달리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분이었다.

그래서 어렵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항상 자기 일처럼 도와주려고 노력한 스님으로 이름난 분이었다.

어느 날 그는 스승의 심부름으로 미역을 사러 읍내로 가는 길이었다. 한동안 길을 가던 그는 우연히 남매로 보이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양반을 만나게 되었다.

어린 남매는 남루하고 다 떨어진 옷을 입은 채 서럽게 울면서 양반을 따라가고 있었다.

“지금 데리고 가고 계신 아이들은 누구인데 왜 이렇게 섧게 울고 있습니까?” 하도 측은한 생각이 든 지성 스님이 양반에게 묻게 되었다.

“이 아이들은 내 노비의 자식들인데 갑자기 고아가 되어 내가 일을 좀 시키려고 데려가고 있는 중이라오.”
양반의 설명을 들은 스님은 평생 남의 집에서 힘에 겨운 일을 하면서 마치 짐승처럼 학대를 받으며 살아갈 아이들 생각을 하니 너무 불쌍하고 마음이 아팠다.

“제가 돈을 드릴 테니 아이들을 제게 주실 수 없으신지요?”

궁금하게 여긴 양반이 스님에게 되물었다.
“도대체 이 아이들을 어디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아이들을 주신다면 저는 이 아이들을 당장 풀어주려고 그럽니다. 너무나 불쌍해서요.“

스님의 말에 약간 마음이 움직인 양반이 다시 묻게 되었다.
“그럼 돈은 얼마나 있소?”

“제 주머니에 모두 60전이 있습니다. 제발 저 아이들을 제게 주십시오.”

“헛. 허흠- 돈이 좀 적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토록 갸륵하니 거절할 수가 없군요.”
지성 스님은 스승에게 받은 미역값 60전을 모두 양반에게 내주고 결국 아이들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지성 스님의 사랑의 힘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미역을 사지 못하고 빈손으로 절로 돌아간 지성 스님에게 스승이 물었다.

“미역은 어째서 사오지 않았느냐?”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읍내로 가는 도중에 그만 돈을 잃어버려서 그냥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지성 스님의 마음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였다. 사랑을 실천한 행복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이 각박해지면 각박해질수록 우리도 이런 행복한 거짓말을 만드는 계기를 만드는 지혜가 가끔은 필요한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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