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같은 시간의 공연풍경

열흘이 넘도록 중부지방을 여름 더위로 달구었던 찜통더위, 지난 12일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그 열기를 식히는 비가 내렸다. 대지는 물론 산야가 온통 시원하다고 이야기 하는 소리에 심신도 모처럼 편안감을 느낀다.  더위에 지쳐 울지 않던 매미도 소리통을 울리며 정겹게 여름을 노래했다.

무더위를 식히는 빗속에 12일 토요일 오후7시 구리시 장자목공원 야외공연장에서 국악방송의 “우리마당 우리가락” 이, 30분 뒤 남양주시에서는 체육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서 민간단체인 ‘새실(남양주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새로운 실천)’의 “남양주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의 향기”라는 두 공연이 비슷한 시간대에 있었다.

두 공연의 무게가 비슷하다보니 구리시에서 앞 공연을 남양주시에서 뒷 공연을 보기로 결정을 하고 장자못 야외공연장을 찾았다. 작년이라면 상상도 못할 빗속에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이유는 객석에 비바람 막이 객석구조물(천막)을 설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공연관계자와 관객들은 깔판을 주고받는 짧은 시간은 공연에 지장을 주고 있었다.

막구조물 설치로 가랑비가 와도 편안히 관람하는 구리시민들. 관람석 바깥에서는 우산을 들고 공연을 치켜보고 있다. 2002년 7월 12일 8시경. 장자호수공원 야외공연장. 

구리에서 남은 공연을 뒤로 하고 남양주시로 발길을 옮긴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200여명의 관객이 운집해 있었고, 공연팀은 보컬은 물론 발레의 수준높은 공연으로 화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객석의 풍경은 비가 그치면 우산을 접고 또 빗물이 떨어지면 우산을 펴야하는 일을 반복한다. 수준 높은 공연이 이어졌지만 공연에 집중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남양주에는 객석에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자잘한 빗속에도 의자에 몸을 의지한 채 그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두 개의 공연장을 합치면 금상첨화가 아닌가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구리시와 남양주시를 대표하는 두 개의 야외공연장. 공연일자를 잡고도 늘 노심초사하는 것이 바로 ‘비’다. 주간 내내 햇볕이 쨍쨍하다가도 이상하게도 공연 당일 비가 내린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초대권이나 포스터 등 홍보물에는 ‘우천시 공연은 취소합니다.’ 혹은 ‘다음주로 순연됩니다.’ 아니면, ‘OOO실내공연장으로 이동하여 공연합니다’ 등의 문구를 덤으로 넣어야 한다. 경험이 적은 단체의 공연은 자연히 빗속에서 눈물반, 땀반으로 얼룩진 공연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야외공연문화의 현실이다.

구리시의 경우 올해 초 객석 300여석에 구조막을 설치하여 이러한 불편을 해소했지만 공연 때마다 은박지를 잘라 임시 방석을 만들어 나누어주는 풍경이 이어지고 아예 준비를 못한 경우는 신문지나 나누어 준 팜플릿을 깔고 앉아 관람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남양주 객석에 깔린 의자가 부럽기만한다.

비가 오는 중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남양주시민들. 관객과 공연자의 수준은 높았다. 2008년 7월 12일 8시경,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야외공연장.

남양주시의 경우 체육문화센터 내의 야외공연장은 약 500~600석에 달하는 최적의 공영장이나 그다지 활용도가 높지 않다. 공연의 주체인 매개자와 공연을 즐기는 향유자간에 여유로운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 접근성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휑한 객석이다. 비바람을 막아주고 햇볕도 가려주는 구조막이 없기에 매개자와 향유자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이들 공연장을 이용하고자 사람들이나 객석을 메운 향유자의 편익을 위해 장자못 야외공연장에는 객석에 고정식 의자를, 남양주 체육문화센터는 객석 구조막을 설치해야 공연자와 관람을 원하는 시민들이 즐겁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리남양주 야외공연장에 꼭 필요한  것이 한 가지씩 있다.

공연장도 서비스 차원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어야 사랑을 받는 문화공간이 된다. 관계자들은 눈높이를  공연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맞추어야 한다. 궁햐면 통한다는 70년대 식의 발상을 이제는 지워야하고 매개자나 향유자가 마음 편하게 공연하고 관람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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