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여느 때처럼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가 너무나 어이가 없는 보도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모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담임 교사로부터 주의를 받는 과정에서 담임 교사에게 갑자기 주먹을 휘둘러 담임 교사는 결국, 얼굴을 다섯 바늘이나 꿰매야 하는 큰 상처를 입는 믿지 못할 사건이 벌어진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담임 교사는 30대의 여교사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자로부터 뜻밖의 주먹 세례를 받은 교사가 겁에 질려 급히 도망을 치자 쫓아가면서까지 구타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내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기가 막힌 사건을 그 어느 누가 사실이라고 믿을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이며 현실이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 는 옛말을 정면으로 무색하게 만든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희대의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며칠 전에는 이런 기가 막힌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었다. 78세나 된 노인에게 버릇없이 담배 한 개피를 달라고 요구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말로 훈계를 하던 노인이 청소년들에게 그 자리에서 뭇매를 맞아 결국은 팔을 크게 다치게 된 사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한창 공부에 전념해야 할 청소년들이 어른들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다가, 그리고 어른들에게 아무런 가책이 없이 담뱃불을 빌려달라고 하는 청소년들을 나무라다가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이런 저런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비단 어제와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정말로 도를 넘어 놀랍고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사건들이 아닐 수 없다.

법보다는 주먹이 앞선다고 하지 않던가! 이제부터 또 다시 그와 같은 봉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버젓이 잘못을 저지르는 행동을 목격했다 해도 타이르거나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못 본 체 하고 멀리 도망을 쳐야 하는 한심한 세상이 된 것 같아 왠지 마음이 서글프기만 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국민들은 겸손하며 예절이 바르고 심성이 고와서 ‘동방예의지국’, 그리고 ‘동방의 해뜨는 나라’ 등으로 불리워질 만큼 위와 아래의 구분이 엄격하였으며 예절을 숭상해 온 나라였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어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단 말인가!

여기서 그동안 오랫동안 잊고 있던 또 하나의 사건이 새삼 머리에 되살아난다.

약 10여 년 전, 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구의 문병을 간 적이 있다. 그 때, 친구가 누워 있는 맞은 편 침상에 내 나이 또래의 남자가 눈을 감고 누워 있었고, 그 옆에는 부인이 정성껏 간병을 하고 있었다.

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무슨 병으로 입원해 있는가를 조심스럽게 묻게 되었다.

부인은 매우 괴롭고 안타까운 듯 내게 무거운 입을 열어 친절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침상에 누워 있는 사람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였다. 어느 날, 자신이 맡은 반 제자가 너무 소란을 피우기에 주의를 준 것이 발단이 되었다고 하였다.

그 다음 날부터 그 학생은 등교를 하지 않았고, 교사가 퇴근할 무렵이면 골목길에 숨어서 지키고 있다가 다짜고짜로 주먹으로 구타를 하고 도망을 치곤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교사는 심장병이 생겨서 이렇게 입원해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 아주 오래 전, 김수환 추기경은 이런 색다른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이 나라 이 사회가 잘못되어갈 때마다 한결같이 남의 탓으로 돌리곤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내 탓이오.“ 란 운동을 벌였던 기억이 새롭다.

     이대호(작가)

물론 지금의 이 상황과 결과만 볼 때는 그 누가 보아도 청소년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쯤에서 우리들은 청소년들의 행동이 이렇게 거칠고 난폭하게 된 원인이 혹시 우리 기성 세대들의 잘못된 가르침 때문은 아닌지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고 그 원인을 치료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문득 그 옛날, 전 김수환 추기경의 ‘내 탓이오!’ 란 운동을 다시 한번 전개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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