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삼국유사에는 이런 말이 실려 있다.

“내 차라리 하루를 산다 해도 법을 지키다가 죽을지언정, 백년을 산다 해도 법을 어기면서 살고 싶
지는 않다.”

법이란 누구는 지켜야 하고, 누구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이 바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정해진 법을 어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한 마리의 작은 실뱀이 맑고 깨끗했던 강물을 흐려 놓듯이 그런 사람들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됨은 물론, 질서 없는 사회, 그리고 어지러운 사회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법을 잘 지킨다는 것은 밝고 명랑한 사회, 그리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조선 시대 인조 임금 때의 일이다. 그 때, 허적이라는 사람이 전라도 감사의 직을 맡아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남달리 성품이 강직하여 공과 사의 구분이 뚜렷하고 법을 지키는 일이라면 추호의 사사로움도 용납하지 않는 곧은 인물이었다.

그 당시, 조씨라는 인조의 후궁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교묘한 방법으로 백성들을 종용하여 뇌물을 바치게 하여 많은 뇌물을 받아 모으는 등, 부정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조씨가 전라 감사인 허적에게 종을 보내서 은밀히 법을 어기는 부당한 요청을 해오게 되었다. 그러자 허적은 조씨가 보낸 종을 향해 크게 꾸짖게 되었다.

“이 나라엔 엄연히 법이 있거늘, 어찌 나에게 그런 법을 어기고 그릇된 일을 하라고 시키더냐? 당장 썩 물러가렷다!”

그러나 종은 물러가지 않고 오히려 거만스럽게 버티면서 입을 열었다.

“이보세요. 나으리! 감히 후궁 조씨의 부탁을 거절하시다가는 뜻밖의 화를 입으실 수가 있습니다.”

그러자 허적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다시 소리쳤다.

“아니, 네 이놈! 겁도 없이 어디다 대고 감히 그런 헛소리로 협박을 하고 있느냐? 당장 썩 물러가라지 않더냐!”


“일개 전라 감사가 조씨의 부탁을 거절하고도 벼슬이 그대로 온전하게 남아 있을 것 같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대로 따르시는 것이 신상에 좋을 듯 싶습니다.”

허적은 너무나 기가 막혀 다시 큰 소리로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네 이놈! 난 너를 점잖게 타일러 경성으로 보내려 했거늘, 보아 하니 무엄하기가 짝이 없으니 그냥 되돌려 보낼 수가 없구나. 여봐라! 저놈을 당장 꽁꽁 묶어서 엎드리게 하라!”

허적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종은 곧 오라에 묶이게 되었다. 그러나 형벌을 받는 동안에도 자기를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배짱 때문인지 종은 여전히 조금도 굽히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거만스럽게 반항하였다. 이를 본 관리가 조금 겁먹은 얼굴로 허적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으리, 이쯤에서 그만하심이…… 후궁 조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조금도 걱정할 것 없다. 나는 다만 법을 지켰을 뿐이니라.”

     이대호(작가)

그 후, 허적은 이 사실을 하나도 숨김없이 글로 적어 후궁 조씨에게 당당하게 알리게 되었다. 허적의 글을 받아 읽은 후궁 조씨는 기분이 좀 상하기는 했지만, 떳떳하게 법을 지켜 일을 처리한 허적에게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겁에 질린 조씨는 이 부정한 일이 왕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그때의 일이 더 이상 퍼져 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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