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구(구리고 교사)
물질문명의 팽배 속에 정신적 가치를 상실한 오늘의 우리는 도덕 불감증이란 새로운 단어를 접하게 되었고 어떤 위치에 오르고자 했을 때, 도덕성을 검증 받아야 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선인들이 남긴 말 중에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교육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가치관은 하루아침에 고치기 힘들뿐만 아니라 그 행동으로 인하여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습관화되기 이전에 올바른 쪽으로 변화시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 현실을 한 번 둘러보자.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한 덩어리가 되어 입시결과에만 메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학의 입시제도가 그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들 하지만 큰 눈으로 보면 과연 학과 공부를 통하여 성공한 학생은 몇몇이나 되는가? 결과적으로 보면 나머지 학생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또 여기에서 성공이란 의미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위의 확보, 수입의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남이 인정해주니까, 남이 선호하는 학교니까, 그 학교만 나오면 앞길이 보장되니까, 하는 자의적인 길이 아니라 타의적인 길이다.

소위 S대학을 나온 이들이 모두 행복한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기에 마치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모습들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우리의 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 말 속에는 상식과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통하는 세상이 아니라 비상식적인 논리와 불합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대가 변하면 사고방식도 변화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교육이 있다. 이제 결과만을 중시하는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민족임에도 저학년 때는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을 받지만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그 우수성은 퇴색되고 있다.

그 원인의 하나가 학교교육에 있음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초등학교 때는 현장중심, 토론중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부터 학습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과학고, 외고, 인문고 진학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학습자의 능력, 잠재력, 다양하게 분출될 수 있는 재능은 모습을 감추고 만다. 고등학교의 현실은 더 심하다. 우수한 대학이라고 진학하면 진로를 찾아 전공과 무관한 공부를 한다고 야단들이다.

잠재적 교육과정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과감한 교육현장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 변화의 첫째로 자신의 진로를 충분히 모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성적에 의한 고등학교 진학인 아닌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고등학교의 진학이 될 수 있도록 중학교에서부터 진로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진학 시 일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하면 무시험 진학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할 수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기능장을 배출할 수 있다.

 둘째, 토론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수행평가,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음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모둠별로 자료를 찾고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따라서 이용이 용이한 학교도서관의 확충이 절실히 요구된다. 제대로 된 학교도서관이 없다. 또 있다고 해도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교과 교육과 관련된 참고서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는 토론문화에서 시작된다.

 셋째, 학생자치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학창시절의 모둠활동이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진로탐색의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넷째, 봉사활동의 생활화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진학을 위한 시간 채우기 식이 아닌 남을 통해서 나를 알고 나의 장점을 살려갈 수 있고 가족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하며, 학교에서 습관화된 봉사활동이 사회생활 속에 확산됨으로써 사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가치로운 삶이란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 만족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수행할 때 생겨나는 것이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학한 학교에서 무엇을 찾고자 할 것이며 그곳에 머물고 싶어하겠는가?

즐거워서 하는 일은 간섭이 필요치 않으며 돈으로써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기 위해 과정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정신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 교육이 가야할 바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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