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향유자의 아름다운 매개자가 될 터

-개관을 기념해 권광칠(동양화), 차영순(섬유) 26일까지 전시

남양주시 와부읍 월문리 냉이골 고래산에 미술관이 새로이 문을 열었다고 해 단걸음을 달려간다. 가끔 양평 방향으로 지나가는 우회도로로 이용하던 길이니 낯설지가 않다. 나지막한 언덕위에 회색과 검은 색으로 조화를 이룬 건물이 보인다. 해비치미술관이다. 지난 5월23일 개관한 후 열하루가 지났으나 축하 화환들은 아직 제 빛을 발하고 있다.

고래산은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에 ‘경산(鯨山)’이라 적어두고 있지만 바다에 사는 고래와는 연관이 없고 ‘골(谷)의 산’이 변해서 된 골짜기 산이라는 의미로 ‘골의산’이 변해 부르는 이름이다.

골짜기의 산 기슭에 고즈넉하게 서있는 해비치미술관은 "햇빛이"를 소리나는 대로 사용했다. 미술을 전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들에게 작은 햇살이라도 되고 싶어 미술관을 개관했다는 김현숙 관장의 미술가를 아끼는 마음과 미술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펼쳐본다.

-3년전 본격적 계획 1년간 공사 끝에 문 열어

김현숙 관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구리시 갈매동 출신인 부군 이상운 씨를 만나 혼인하여 구리시 토평동에서 둥지를 틀고 살다가 이곳에 미술관을 짓고 월문리 사람이 되었다. 구리시에 거주하면서 토평고등학교의 장학회인 토송장학회에서 활동도 한 구리남양주사람이다. 김 관장이 미술관의 꿈을 틔운 계기는 딸 새미양 때문이다.


"저도 화가가 되기 위한 꿈은 있었지요. 하지만 당시 여자 아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예술활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요. 늘 마음속에 잠재했던 남긴 미술에 대한 그리움이 딸 아이의 미술적 재능을 바라보며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어느 정도 삶이 여유로워지면 비록 자신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많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그러던 끝에 3년전 산속미술관을 계획했고 실행으로 옮겼고 지난해 봄 첫 삽을 뜨고 지난 5월23일 개관에 이르게 된다.

"굳이 산속에 미술관을 지은 것은 자연과 작품이 동화하는데 최고라 생각했습니다. 강가나 바닷가의 미술관도 좋지만,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관람하는 작품은 더욱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기획을 했습니다."


-'해비치'는 '햇빛이'를 소리가 나는 대로 적어 사용 

김현숙 관장의 말을 빌리면 '해비치'라는 이름은 햋빛이 잘 드는, 작가들의 가슴에 돌담에 반짝이는 햇살이라도 되고 싶어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산속 해비치 미술관은 더욱 정겹고 따스해 보인다.

"이곳은 참 양지가 바르고 시원합니다. 정말 축복 받은 곳이지요. 동네 사람들이 요즈음에는 자주 찾아옵니다. 산에서 나물을 뜯다가도 신기해하며 찾아오시기도 하고... 일부러 찾아오시기도 합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 문화적으로 소외 된 월문리와 시우리 주민들에게 미술을 통해 작은 기쁨이라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다 예술적 감각까지 되 살아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김 관장은 소긋이 웃으며 소박한 희망을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적 혜택이 뒤쳐져 있는 마을 사람들이 미술을 통해 갈증을 해소 할 수 있는 좋은 장소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남양주시 와부읍과 조안면에는 많은 미술가들이 거주하며 작업실로, 생활의 공간으로, 개인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술문화타운으로 자연스레 조성 되고 있어 해비치 미술관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질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도 해본다.


-미술 꿈나무와 향토작가를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

어렸을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술가의 꿈을 져버린 것이 안타까워하는 김 관장은 아이들을 위한, 아마추어와 향토작가를 위한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어차피 만들어진 공간을 자그나마 지역에 돌려야지요. 방학 중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머련하고자 합니다. 제게 미술관의 꿈을 이루게 한 딸이 섬유미술을 전공하고 있어 주변의 좋은 인재들과 함께 지역과 인근의 아이들에게 미술의 기초와 미술감상법, 실기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다. 향토작가와 아마추어작가들에게는 공모전을 통하여 전시할수 있는 기회도 만드는 미술인큐베이터 역할을, 작가과 향유자(소장자) 사이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 다짐도 한다.  

미술관 외관에 조각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작업실 2곳을 마련하여 작가들이 편안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준다. 조각가나 대작을 계획한 작가들이 미술관에서 마련한 작업실에서 구상과 작업을 마친 후 바로 전시 할수 있는 원스톱 전시 계획도 하고 있다.

26일까지 이어지는 권광칠 초대전(위), 차영순 섬유전.

지금 해비치미술관에는 두 테마의 개막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동양화가 권광칠 초대전과 이화여대 차영순 교수의 섬유미술 'Vista(조망)'전이  6월 26일까지 열린다. 남양주구리지역 가까이 있는 해비치미술관에서  해맑은 자연을 소재로 한 권광칠 작가의 작품과 섬유와 한지가 잘 어우러진 섬유미술을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감상하고 카페에서 가족과 연인이 차와 음료수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산속 미술관이다.   

2시간여 김현숙 관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어제의 비와 비가 예상되어 후텁지근한 기후 속에 미술관을 향한 햇살은 유난히 반짝인다. 해비치 미술관의 창립이념 처럼.

[관람/전시문의] 031-521-9040. [위치] "덕소-마석" 도로 묘적사입구에서 송촌리(시우리)방향 우회도로에서 약 500m 진입 후 우회전 15m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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