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얼마 전, 중앙일간지에 서울 소재 공립초등학교에도 통학버스 운행 검토중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고 날이 갈수록 세상 인심이 삭막하고 각박해지고 있음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최근 경제 사정이 매우 어려워지면서 어린이를 유괴하여 돈을 요구하는 유괴범들이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른바 성폭행을 서슴지 않는 치한들도 날이 갈수록 그 빈도가 늘어만 가고 있다.

이에 유아원이나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마다 앞을 다투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희한(?)한 교육이 한창 성행하고 있다. 낯모르는 사람이 길을 묻거나 아무리 값진 장난감 등을 사 주겠다는 친절을 베풀었을 때, 절대로 그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말고 일단 뿌리치고 일단 피하고 보자는 이른바 사전 유괴 예방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오죽하면 교육 현장에서 그런 희한(?)한 교육을 시키고 있겠는가.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이 세상에 오직 단 하나 밖에 없는 금쪽 같은 내 자식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현재로선 뾰족한 묘안이 없으니 어떻게 보면 그게 가장 적절하고도 현명한 방법인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에 교육당국에서 위험에 노출한 어린이들을 우선 보호하기 위해 배려하고 있는 통학버스 운행도 좋고, 사전 예방 교육도 좋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어찌 통학길 뿐이겠는가. 어린이들은 통학길 이외에도 활동 범위가 넓어서 도처에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면 통학버스 운행은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보자는 임시 방편일 뿐, 근본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과거 본인이 교직에 있을 때는 혹시 낯선 사람이 길을 물을 때는 친절히 가르쳐 주도록 가르쳤다. 그리고 길을 물은 상대가 힘이 없는 노인일 경우, 그가 든 짐까지 들어다 주는 것이 도리이고 예의이며 또 그렇게 해주기를 적극 권장하고 또 그렇게 하는 어린이가 착한 어린이라고 귀가 닳도록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런 착한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어린이에게는 모법 어린이, 또는 선행 어린이로 선정되어 표창을 하면서 여러 어린이들 앞에서 칭찬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낯선 상대를 만났을 때, 상대를 믿고 가까이 하며 따르게 하는 교육이 아닌, 일단 의심부터 하고 멀리 하려는 희한하고 한심한 교육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일단 의심부터 하고, 멀리하며 피하기에 급급한 현실이 아니던가. 앞으로는 어쩌다 예쁘고 귀여운 어린이를 만났을 때, 한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어쩌다 길을 묻고 싶어도 의심의 눈초리 때문에 함부로 길을 물을 수도 없는 그야말로 한심하고도 삭막한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오직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나의 소중한 자식을 나약한 자식으로 키우고 싶은 어버이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귀여운 자식일수록 여행을 자주 보내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세월이 갈수록 덩치만 커가는 반면 나약하고 인내심이 약해만 가는 어린이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보호만 하며서 살아갈 것인가.

어린이들을 통학버스로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등하교 시키는 일도 좋고, 사고 미연방지를 위한 예방 교육도 좋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시기에 어린이들에게 더욱 절실하고 바람직하며 시급한 것은 이 세상을 더욱 바르고 밝게 볼 수 있는 티없는 눈과 고운 심성을 길러주는 인성 교육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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