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호수공원 야외공연장 객석 막구조(천막) 설치

새와 물, 꽃과 나무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생태공원 장자못이 죽음 직전에서 장자호수공원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 시민에게 다가온 것은 2002년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며 명상 할 수 있는 산책로, 가로등에서 귀를 간질이며 머리를 말게하는 클래식, 계절마다 날아오는 철새와 텃새들이 호수 위를 야영하다가 자멱질하고, 호수가에 서있는 자연을 닮은 시(詩)들, 형형색색의 들꽃과 과실수의 꽃, 앉은뱅이로 선채로 혹은 홀로 군락을 이루며 자태를 뽐내는 곳이 바로 장자호수공원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있기에 많은 구리시민과 이웃들이 매일 찾아와 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이유가 된다.

-작지만 희망을 준 야외공연장.

마땅한 야외 공연장이 없던 터라 구리시 문화예술인들에게는 감지덕지(感之德之)로 공연장 개장은 구리시의 야외공연 역사를 새로이 쓰게 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구성된 공연단체들이 줄을 이어 공연을 시작했다. 제공자와 향유자는 즐거울지 몰라도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그 다지 반가운 것은 아니었다. 주말마다 휴일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스피커소리와 갈등은 나타났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적극 향유자가 되어 함께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궁하면 통한다고 아무튼 이유를 막론하고 공연장에서 초기공연은 ‘궁즉통(窮則通)’의 대상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늘 간사한 것. 궁즉통의 효과는 채 한 해를 넘기지 못했다. 새침때기 새색시마냥 변덕을 부리는 날씨는 노심초사로 가슴을 까맣게 만든 때가 어디 한 두 번이었으랴. 특히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면 공연을 올려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그 속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뻔 한 일이 아닌가. 그때마다 하늘을 우러러 원망도 하고 한숨도 내 쉬었다. 그리곤 오랜 시간 기획하고 홍보했던 행사를 취소하거나 실내로 혹은 일정을 바꾸는 등 가슴을 저린 경우가 잦았다. 공연이란 것이 원래 기획의도에 따라 야외용과 실내용이 있어 공연물의 감동은 엄청난 차이를 지닌다.

예술인들의 빗발로 또 한 번의 궁즉통. 공연자들이 서는 무대에만 5년쯤 지나서 우산을 덮었다. 또 한 번의 큰 만족. 하지만 작은 빗방울이라도 뿌리면 썰물로 사라지는 관객들. 이런때면 공연하기 참 어려웠다. 요즘처럼 하늘이 꾸물거리면 그저 객석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제는 비가와도 끄떡 없겠구나

이틀간 내린 봄비가 그쳤다.. 장자못공원 주변에 한 장소에서 지인과 약속이 있어 지나가다 마치 낙하산을 펼쳐놓은 듯 하이얀 막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즐거운 마음에 볼 일을 뒤로하고 한 걸음에 달려간다. 단발마가 터진다. '이제 비가와도 끄떡없겠구나.' '이제 누구나 장자못공원에서 하고픈 사연들을 맘껏 늘어놓겠구나.'고 자위를 한다. 무대에는 기본조명도 세웠다.

'그래. 이제 비가 와도 객석에 불특정 다수 300명은 채우겠구나.' 요즈음 전봇대를 뽑는게 유행이라 지만 꼭 필요한 곳엔 전봇대를 심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허허허' 하면서 장자못공원을 나선다. 2008년 봄. 누가 무대에 제일 먼저 올릴 지...

사족, 문화는 제공자와 향유자들의 것만은 아니다.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연을 사랑하는 배려와 미덕도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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