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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1세기의 김대성-석장 이재순 선생
2007년 9월 17일 중요무형문화재 제120호 지정
2008년 03월 18일 (화) 14:40:20 한철수 편집위원 guji2311@hanmail.net

-석장으로는 우리나라 최초, 그 의미가 더 커
-16세에 김진영 선생 문하생으로 석장의 꿈 키워
-돌에 마음을 새겨야 아름다움을 표현해...


   
 
  중요무형문화재 제120호 석장 이재순.  
 

구리시 인창동에 거주하는 이재순 명장이 우리나라 최초로 석장(석공예가)로는 중요무형문화재로 2007년 9월 17일 지정되었다. 구리시 예술인으로 시민으로 참 즐거운 일이다.

‘석장(石匠)’이란 석조물을 제작하는 장인으로, 주로 사찰이나 궁궐 등에 남아있는 불상, 석탑, 석교 등이 이들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다채로운 석조문화재가 전해지고 있어 우리나라의 석조물 제작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석공예의 재료는 물론 돌로,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화강암이 대표적이며, 납석, 청석, 대리석 등이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석장들은 망치, 정 등 수공구를 사용하여 돌이라는 단단한 물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수준 높은 석조문화를 탄생시키고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기계 도입 등으로 인하여 전통 석조물 제작 기법이 사라져가게 되었다. 이에 사라져가는 석조물 제작의 전통기법과 기능을 보존·전승하기 위하여 석장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게 되었다고 문화재청에서 이재순 선생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에 대한 변을 달았다. 선사시대부터 돌을 숭배하고 돌을 다루며 살았던 우리 민족이었기에 비로소 전통전승예술과 함께 석장도 나란히 놓이게 되었다. 그를 만나 예술정신을 만나본다. <글쓴이 주>

-16세에 스승 김진영 선생과의 만남이 본격적인 돌과의 인연

   
 
  인간문화재 인정연에 함께한 5명의 스승들,  
 

석장은 어려서부터 외삼촌과 형님 아래서 잡일을 하며 돌을 만진 그는 16살 때 서울 망우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진영 선생 문하로 들어가 본격적인 조각 작업을 하게 된다. 스승의 엄한 가르침 속에서 12년을 보낸 그는 돌 조각에 눈을 뜨고 1979년 겨울에 독립, 구리시 인창동에 자신의 작업장을 마련하였다. 그의 꼼꼼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천천히 자신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바로 76년 전국기능경기대회, 77년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고, 곧 바로 77년 7월엔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 후 독립하여 지금까지 구리시를 대표하는 장인으로 남는다. 91년 다산문화대상 예술부분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전승공예대전, 한국문화재기능인작품전 등에서 수많은 수상을 기록하며 불교 내외로 명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구리미술협회지부장이라는 소임도 맡았었다.  

 

   
 
  공방에 비치한 작은 불상들.  
 

-강한 놈은 강한 것으로 다스려야 한다.  

‘돌은 강하지만 아름답다’며 ‘돌 예찬론’을 펼치는 그의 고즈넉한 눈빛에서 40여년 석장 인생의 ‘고집’이 강하게 느껴졌다.

“돌을 쪼려면 쇠가 필요합니다. 강한 것과 강한 것이 만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속에 부드러움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길가에 박혀있는 돌부리만도 못 합니다. 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얻으려면 세월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정성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지요. 세월을 머금은 돌의 고졸미란 목조각이나 청동 조각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합니다.”

부드러움이란 ‘마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돌에 마음을 새기지 않으면 그 조각은 생명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도 조각 작품에서 비례률을 터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처음 석굴암 부처님을 친견할 때 역시 그랬다.

“20대 후반까지는 ‘그저 대단한 부처님이시구나’ 했지요. 30대 초반에 들어서서는 부분적인 아름다움에 도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부처님을 친견하는 참배객들의 시선까지 고려한 부처님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아연실색할 정도였지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관촉사대불(은진미륵)은 4등신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나 볼 수 있는 인체비율이지요. 그래서 정면에서 보면 얼굴만 크게 보입니다. 그러나 좀 더 다가가 아래서 올려다보시면, 쉽게 알게 될 겁니다.”

그 비밀은 몇 해를 연구하고 나서야 풀렸다. 참배객이 부처님을 친견할 때 나오는 시선의 각도에 따른 것이었다고 염화미소를 띄운다.

-이재순은 21세기의 김대성

   
 
  공주 영평사 아미타불.  
 

“신라시대의 김대성이 구리에서 환생했다. 이재순의 대만(臺灣)의 장안사 대역사는 한국 장인들의 아름다운 솜씨를 크게 자랑한 것은 물론 ‘백제불교최초도래지’인 영광 법성포에 조성된 주요 작품 대부분은 이재순 명장에 의해 만들어 졌다. 이재순 석장이야 말로 21세기에 환생한 김대성이다.”

그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10월 25일 구리시에서 인정연이 있었다. 그때 자리를 함께한 그의 또 다른 스승인 목정배 전 동국대총장은 이 석장을 극찬을 하며 만세삼창을 유도해 장중을 숙연하게 했다.

영광 법성포는 AD 384년 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가 처음 발을 디딘 곳이다.

그곳의 법(法)은 불교를, 성(聖)은 마라난타를 이른다한다. 간다라 불교의 문화 양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 성지(공원)이 이 석장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니 스승의 칭찬은 칭찬이 아닌 극찬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다. 임진왜란때 함경도에서 대승을 거둔 정문부장군의 덕을 기린 '북관대첩비'는 일제때 일본이 수탈해 간 후 100년만에 돌아왔고, 그 비를 복원한 것도 이 석장의 몫이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돌사랑

   

법성포 불교성지의 아미타불, 관세음, 대세지, 그리고 마라난타를 조각한 ‘사면대불’, 부영루에 조각된 부처님 일대기, 연등불과 석가모니불 역시 그의 작품이다. ‘간다라 유물관’에는 탑과 불상을 비롯한 그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불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연등불과 석가모니불 조성을 이미 마치고 ‘미륵불’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젠, 불상이나 탑을 허겁지겁 만들지 않습니다. 불상이 안치될 자리와 주위 풍광까지 고려하며 돌을 다듬습니다. 자연을 최대한 이용한 작품입니다. 아니 이용한 게 아니라 살린 것이라 해야겠습니다. 옛 선인들의 지혜와 안목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그가 유심히 보는 작품 중 하나가 용미리 미륵불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금이 간 돌에 두 분의 미륵 상호가 서로 정겨운 대화를 나누듯 마주하고 있는 불상으로 그도 이제는 ‘여백의 미’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에 임한다. 때로는 그 이유를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왜 작업을 하다가 말았느냐’고 하지만 그는 웃어넘긴단다. 설명을 해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돌은 자연입니다. 제 작업은 인위적인 것입니다. 사람의 손길을 최대한 줄이고 자연을 최대한 살리는 게 최고의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여백이 있어야 달빛이 내려앉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의 마지막 말이 마치 선문답 같아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여백인지 하늘이 여백인지... 스스로 물으며.

******석장 이재순의 대표작 모음******

   
 
  석조 마애석불.  
 

   
 
  경희대학교 사자상.  
 

   
 
  북관대첩비 재연.  
 

   
 
  큰 불상들과 석물.  
 

   
 
  진천 보탑사 석등.  
 

(남양주투데이=한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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