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치심보감(治心寶鑑)"을 졸업생에 선물

4서3경은 물론 고서의 보배로운 글을 묶은 365일 짜리 잠언서

지난 15일 교문초등학교(교문초)에서는 제18회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한 아이들의 손에는 별난 책을 한권씩 들고 있었다.

치심보감(治心寶鑑)"이라는 한문서(漢文書)다. 저자가 군주시대의 학자, 한학자나 유학자도 아닌 21세기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엮은 책이라 생소하지만 관심을 갖고 한 장 한 장을 넘겼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 동안 하루에 한 소절씩 성인의 말씀을 대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책이라 생각하여, 고상렬 교장을 만나 그의 한문사랑을 들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새 학기를 준비하는 봄방학 기간이지만 흔쾌히 시간을 내어 주어 기분 좋은 만남을 가졌다.

세상에는 별난 스승이 많지만 고리타분한 분(?)의 고루한 스승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글쓴이 주)

-예향의 고장 해남과 목포에서 성장.

고상렬 교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목포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목포교육대학을 나와 고향인 해남 화원북초에서 처음교편을 잡았다. 목포 산정초, 성남 분당초까지는 평교사로 화성 마도초, 남양주 마석초에서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 했다. 양평 강상초에서 비로서 학교의 수장인 교장으로 승진 전보되어, 2004년 9월 교문초로 부임 4년차를 맞이한다.

"한문에 관심을 지니게 된 것은 선친의 영향이 컸다. 늘 한편에 한서를 두시고, 우리 가족에게 성현들의 말씀을 하시곤 하셨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많은 세월을 잊고 살았다." 14년 전 교감으로 승진하면서 아이들 교육에 한자를 도입하고자 생각을 가졌고, 그때부터 옛 성현들의 고전이 눈에 어른거려 본격적인 수신(修身)에 들어갔다. 

"치심보감"을 졸업한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고상렬 교문초 교장. 

-치심보감(治心寶鑑)은 모든 한서(漢書)의 엑기스

지천명을 넘어서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니 아내도 아이들도 그다지 곱게 보지는 않았다. 그저 고리타분한 한자를 왜 시작했냐고 핀잔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사람이 배운다는 것은 나이가 없음을 늘 가리켰으니 우선 자신이 온고지신(溫故知新)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소학(小學)을 시작으로 사서삼경(四書三經), 명심보감(明心寶鑑), 동몽선습(童蒙先習), 채근담(菜根譚), 법구경(法句經), 도덕경(道德經) 등 고전을 두루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지 15년 만에 마음을 다스리는 보배로 글을 모은 "치심보감(治心寶鑑)" 발간하게 된다.

"치심보감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당장은 읽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서 이 책을 왜 편찬했는가를 느끼게 될 나이에 보고 느낀다면 더욱 보람일 것. 하지만 학부모들이라도 먼저 느끼고 아이들에게 전달하면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 졸업생들에게 선물하게 되었다."

이번에 간행된 치심보감은 명심보감을 중심으로 채근담, 법구경, 도덕경 등의 지침서 중 엑기스만 골라 365개의 사자성어(四字成語)와 고사성어(故事成語)로 가득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있다. 자신을 먼저 수양해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이지만 그 진리의 근간은 수신(修身)이다. 아이들이  마음을 닦고, 몸을 잘 다스려 가정과 사회, 나라의 훌륭한 동량(棟梁)을 만들어지지 않겠냐고 고상렬 교장은 말한다.

-동량으로 키우기 위한 남다른 한문사랑

1학년~6학년까지 단계별로 만든 89가지의 사자성어.

고상렬 교장은 교문초교에 부임하자마자 특성사업으로 한자교육과 예절교육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는 공자의 7대손인 공빈이 쓴 "동이열전(東夷列傳)"에 우리를 ‘군자의 나라’로 예찬하며, "할아버지 공자도 중국에 도(道)가 행해지지 않으니 군자의 나라인 동이에 가서 살고 싶어 했다"고 한 기록이 있다.

인(仁)과 도(道)의 근본을 내세운 공자가 그리워했던 나라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고상렬 교장은 아이들이 늘 오르고 내리는 계단에 사자성어를 적어 놓았고 정기적으로 예절교육을 연다.

한 달에 성어 두 개씩 졸업쯤이면, 최소한 89개의 성어를 읊조릴 수 있도록 단계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기본한자 600자도 따로 정하여 수업을 한다.

"남들은 별나다고 하겠지만 오륜이 인간의 기본이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4서3경을 종합한 소학(小學)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책에는 예화 자료를 곁들여 읽는 사람의 이해를 돕게 하고자 한다."며 탈고 중에 있는 원고뭉치를 내놓았다.

-울타리 없는 학교는 또 하나의 정원(庭園)

교장실에서 잠시 나와 교정을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옛 이야기 중에 피죽 한 그릇도 먹지 못하는 노파가 몇 년 동안 고운피부를 지니고 살다가 천수를 다했죠, 동네 사람들이 하도 이상해 몰래 바라보니 며느리가 시어미에게 젖을 먹이는 광경을 보고 놀랐고 효부로 칭송을 받게 되었다. 그때 천수를 다한 시어미가 며느리에게 '너도 나 같은 며느리를 얻어라.'하고 운명했다는 이야기죠."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은 부모가 내려주는 축복이다. 아이들이 자라 자식들에게 축복의 말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이야기를 한다. 울타리가 없는 학교를 만들게 된 동기를 물었다.

울타리 없는 학교는 가장 큰 정원을 지역주민에 되돌리는 일이라는 고상렬 교장.

"교문초는 도시 한 가운데 있으면서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골목 한 구석에서 쭈그리고 노는 아이들. 그래서 구리시에서 가장 넓은 휴식 정원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어 구리시와 녹지재단, 교육청 등의 도움으로 꾸몄다."  

교문초에 울타리가 없는것 또한 구리시 1호다.

-온고지신은 곧 미래

교육자가 제자들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남다른 열정, 남다른 교육. 비록 남들은 고리타분하고 고루한 한자와 한문을 왜 교육시책에 넣었는가 질책을 하더라도 글로벌 시대에서 고상렬 교장이 축구하는 한자교육은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계단마다 써 놓은 고사성어.

우리글 가운데 70~90%가 한자와 관련되어 있고, 한자는 어휘의 기본이고 그 어휘는 독서를 돕는다. 동북아에서 전자를 배우고 가르치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앞으로 중국이 산업국이 되고 세계를 경영할 때 그들의 간자체로는 그들의 고서와 사서들을 해석 할 수 없다. 

그 중심에 우리 나라가 서야하기 때문이라는 고상렬 교장의 역설을 들으며 1시간 여의 만남을 뒤로 한다. 그 한자 열정을 부러워하며...

사랑의 原理로서 最高의 善은 仁이고

善은 인간 최고의 德이며, 眞理이다

仁의 근본정신은 孝와 悌이다

孝는 父母와 子息 사이의 愛情이며

悌는 兄을 尊敬하며 웃어른을 恭敬하는 것이다.

-"치시보감" 본문 중-

<사진:이상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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