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린 소년 하나가 활짝 밝은 낯으로 커다란 옷가게를 성큼 들어섰다. 엄마의 생일 선물로
내의를 사기 위해서였다.

소년이 여자용 예쁜 내의들이 진열된 진열대 앞에 서서 서성거리자 가게 점원 아가씨가 반가이 맞
이하며 물었다.

“어서 와요. 내의를 사려고요?”
“네, 우리 엄마 생일 선물로 내의를 살까 해서요.”
“우와! 정말 효자 아드님을 두셨네. 엄마의 옷 치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고 왔어요?”
“그런 건 몰라요.”

그러자 가게 점원 아가씨가 다시 묻게 되었다.
“치수를 정확히 모르면 내의를 사기가 어려울 텐데…… 그럼 엄마가 큰 편인가요, 작은 편인가요?”
“우리 엄마의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아주 적당한 편이에요.”
“그래? 그럼 엄마의 몸매가 뚱뚱한 편인가요, 날씬한 편이신가요?”
가게 점원 아가씨의 물음에 이번에는 소년이 아주 활짝 웃는 낯으로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우리 엄마는요. 미스코리아보다 예쁘고 탤런트보다 더 멋진 미인이시거든요.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답게 생기셨을 거예요.”

“어머! 엄마가 정말 미인이신 모양이군요. 그런 엄마를 모시고 사니까 참 행복하겠네요.”
소년의 말에 아가씨는 멋쟁이 아가씨들이 즐겨 입는 가장 날씬한 치수의 핑크빛 내의를 골라 예쁘
게 포장하여 소년에게 건네주었다.

소년은 내의를 소중하게 받아들고는 휘파람까지 불면서 신바람이 나서 가게문을 나섰다.
그런데 그 다음날 뜻밖의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소년이 다시 가게로 와서 내의를 바꾸어 가게 된
것이다. 소년은 엄마의 옷 치수를 정확하게 적힌 쪽지를 가게 점원 아가씨에게 내밀었다. 아가씨의 눈
은 놀라움에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둥그렇게 되고 말았다. 소년이 바꾸어 간 옷 치수는 여자의 내의로
는 가장 큰 치수였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 모든 사물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면 그 모두가 곱고 아름다우며 황홀하게 보이게 된다.

이와 반대로 미움의 눈으로 바라보면 눈에 보이는 것마다 못마땅하고 불만스러워 보이게 마련이다. 그
러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상대의 잘못과 단점보다는 장점만 보인다고 하였다.

우리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느니, ‘사랑에 눈이 뒤집혔다’느니 하는 말을 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
게 자주 발견하곤 한다. 그렇다. 사랑의 눈으로 상대를 좋아하고 사랑하면 상대방의 단점은 좀처럼 보
이지 않고 장점만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도 말들
을 하고 있지 않던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지금 나날이 인정이 각박해지고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
습니까?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미움의 눈으로 바라보며 불평과 불만 속
에서 재미라고는 조금도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대호(작가)
아무리 하루하루의 생활이 힘겹고 고달픈 세상이라고 모두들 목소리를 높인다 해도, 이 힘겹고 험난한 세상에서 나 자신의 행복을 찾는 길, 그것은 바로 사랑의 눈을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요, 행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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