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는 질서 속에 매를 공격, 자기애가 강한 새

▲ 한철수(편집위원)
어제는 지인이 사무실을 찾아와 점심을 함께하며, 아이들의 근황 등 시시콜콜한 사는 이야기와 요즈음 오르내리는 대선이야기도 양념으로 나누고 소화를 시킬 겸 홍유릉을 찾아 산보를 하다 잠시 벤치에 앉는다.
짙푸른 상록수는 여전한데, 낙엽송은 두 차례의 눈과 매일 맞은 서리 때문인지 가지에 걸린 이파리들은 실바람에도 떨어지고, 어느새 바람에 실려 바닥을 떼구르르 구르다 사방에 쌓인다. 힁허케 돌개바람이 분다. 눈을 비비며 하늘을 본다. 

바라본 하늘은 찬 공기 때문인지 너무 맑고 산듯하여 마치 가을 한 가운데 서 있는 착각을 준다. 한겻을 남기고 어느새 서산으로 넘어가려는 햇살이 나무그늘을 만들고 있다.

그때, 시야에 펼쳐진 하늘에 매(罵) 한 마리가 저공비행(低空飛行)을 하기에 모처럼 좋은 구경이구나 싶어 물끄러미 그 자태를 바라보았다.

저 여유로운 비행을 하는 저 모습을 본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상황에서 매의 출현은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그때 까치가 굉음(轟音)을 내고, 홍유릉 송림은 소란스러웠다. 순식간에 까치 10여 마리가 매를 둘러싸고 매는 위로 치솟다 곤두박질치고 유선(流線)으로 주변을 뱅뱅 도는 사이 까치들은 십 수 마리로 불어나 가쁜 날갯짓을 한다. 마치 텔레비전의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이 현실로 나타난 형국이니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둘은 헤어짐의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한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다음 약속 때문에 급히 떠나려 했던 지인은 “저것 봐요! 매가 밀려요!” “야! 까치 놈들 대단한데” 이구동성으로 매와 까치의 치열한 기싸움에 매료되어 너무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까치 떼의 움직임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까치의 집으로 추정되는 굴참나무 둥지를 중심으로 한 마리씩 교대로 매를 공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는 결국 5분여를 동산 주위만 맴돌다 혼쭐이 나 달아나고 말았다. 그야말로 꽁무니를 빼는 매를 까치 너덧 마리가 뒤를 좇는다.

좀 더 화끈한 싸움이 있었으면 하는 구경꾼의 아쉬움이 겨울 숲을 바라보게 하였고, 매가 도망을 친 후 무슨 일이 일어날까 관심은 더 커졌다. 까치들은 한 둥지에 두 마리씩-추측하건데 그들은 부부로 보였다- 날개를 접는다 싶더니 교대로 둥지 위를 계속 맴돌고 있었다.

매를 쫓아갔던 녀석들이 돌아오자 동산은 평온을 되찾았다. 지원을 나왔던 까치들이 무리를 지어 숲을 떠났다. 평상심을 찾은 홍유릉 숲. 마치 사각의 링에서 결전을 마친 권투선수처럼 씩씩 거리는 모습의 까치. 매가 떠나자 지인도 떠났다.

까치와 매의 힘겨루기를 보면서 먹이사슬에 따른 생존경쟁 아님 반대로 생존경쟁을 위한 먹이사슬. 어느 것이 우선 된다 하더라도 지키고자하는 마음이 앞서면 힘의 논리가 아닌 정신의 논리로 약자가 강자를 물리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구경꾼이 되었다. 그리고 울타리 안에서는 자기애로 뭉친다면  강한 힘을  누를 수 있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도 갖게 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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