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계절 들어선 '호평동 호만'에서 등산객들에게 손짓
천마산 어귀에서 만난 허수아비 마을
가을이라 말하기에 어색한 나날들. 가을의 상징인 짙푸른 하늘을 본지 오래된 듯하니 그렇다. 세월은 어느 새 11월 중순을 향해 가고, 절기로 입동도 지난 터라 회색 겨울이 벌써 왔나하는 착시가 며칠 계속된다.
여느 해보다 제색을 내는 나무들. 나무와 꽃들은 자신의 환경이 열악할 때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이파리들은 뿌리와 줄기의 상황이 나빠지면 나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추락을 준비하며 본색인 갈색, 노란색, 붉은색, 검붉은색으로 마지막 자태를 내보이고 결국 잔바람에 나뒹군다고 한다.
그러한 가을날. 소위 만추(晩秋)라는 마지막 가을을 만나려 가는 길. 길가에서 전에 없었던 새로이 조성된 허수아비마을을 만났다. 산길을 오르겠노라 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허수아비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들어간다. 이 허수아비 마을은 지난 11월 3일 호평초등학교 학생들과 호평주민자치센터 강사들이 한마음으로 만들었다.
허수아비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선문답을 던지며 멍하니 하늘은 본다. 연무로 가려진 하늘만큼 가슴이 답답하다. 하긴 화두를 던지는 이도 없는데 선문답은 무슨. 스스로 자위를 하고 허수아비마을 백성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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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수 편집위원
(guji23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