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아주 오래 전, 우연한 기회에 누군가로부터 하루에 만 보 이상을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는 나도 걷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마음먹고 오후 4시경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걷기 운동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되었다.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빨리 걷는 일조차 힘에 겨워 천천히 걷는 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겐 운동이라고 하기보다는 가벼운 산책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어떤 전문가는 하루에 만보 이상을 걸어야 운동 효과가 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하루에 30분 이상 걸어도 충분하다고 학자들의 주장이 각각 분분하다.

그리고 걷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일 틈이 나는 대로 매스컴에서 귀가 아플 정도로 떠들어대기도 하였으며 이에 대한 수많은 홍보물들도 그야말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 것도 이미 오래된 일이다.

또한 걷기 운동의 효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학설들이 분분하다. 뛰는 것보다는 빨리 걷는 것이 뱃살을 빼는데 더욱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

어쨌거나 많이 걷는다는 것은 웬만한 보약을 복용하는 것보다도 훨씬 효과가 있다고 하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서민들에게는 이토록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 어디에 또 있을 것이며, 또한 건강이 그만큼 좋아진다는데 무슨 이유로 걷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난 하루에 만 보를 반드시 채우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산책을 할 때마다 허리춤에 만보기를 챙겨 달고 걷곤 한다.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들의 어깨에 걸려 있는 필수적인 총대처럼…….

학자들의 주장이야 어쨌거나 나의 좁은 소견으로는 만보를 걷든, 하루에 30분 이상을 걷든, 운동 역시 자신의 힘과 체력에 맞는 이른 바 맞춤형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건강이 안 좋아 병상이나 자리에 몸져 누워있지 않은 이상, 비나 눈이 온다고 해서 운동을 거르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운동의 효과를 높이려면 비나 눈이 을 때는 우산을 쓰고라도 반드시 하겠다는 각오로 쉬지 않고 실천해 나가야 하며, 추운 날씨나 더운 날씨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운동을 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자신의 체력에 무리가 올 정도로 지나쳐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열 걸음만 걸어도 체력이 딸려서 그 자리에 당장 주저 앉을 정도로 기력이 약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 1분만 걸어도 숨을 몰아쉬며 헐떡거릴 정도로 쇠약한 사람들의 경우, 어찌 학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운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기에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아무리 우리 몸에 좋은 보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듯, 운동 역시 자신의 체력에 비해 너무나 지나치면 결코 운동을 안 한 것만 못한 위험한 결과, 그리고 오히려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로 오래 전, 내가 살고 있던 서울의 어느 같은 아파트 단지에는 아주 건강미가 넘쳐 흐르는 30대의 젊은 여성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항상 가볍고 경쾌한 걸음걸이에 얼른 보기에도 날렵해 보이면서도 눈에 띌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갖춘 잘 생겨서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남달리 뛰어난 몸매와 미모, 그리고 건강미까 겸비하고 있었으니, 요즘 말로 표현한다면 얼짱에다 몸짱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그 누구나 부러워 할 정도의 미모를 갖춘 생기발랄한 여성이었다.

나중에 소문을 듣고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건강미와 몸매가 저절로 그렇게 가꾸어진 것만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놀랍게도 1년 내내 단 하루도 빠짐이 없이 하루에 한번씩 삼각산 등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감히 상상조차 못할 일이며, 그토록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여인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 모두가 다시 깜짝 놀라게 할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토록 건강하던 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건강한 몸이 아닌,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나타났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된 원인은 그동안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해서 관절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다시는 좀처럼 일어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최근 비만 등, 성인병 예방을 비롯하여 각종 병의 예방과 좀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져서 걷기 운동뿐만 아니라 달리기나 헬스, 에어로빅 등, 너도 나도 앞을 다투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전국적으로 활황을 이루고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체력에 맞지 않는 과격한 운동이나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건강을 지키려다가 불행하게도 오히려 건강을 잃고 지금 이 시각에도 병원에서, 또는 가정에서 힘겨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바야흐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여 운동을 하기엔 가장 좋은 계절인 가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 가을에는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자신의 체력에 맞는 적당한 운동을 행동을 실천하여 보다 건강하며, 오곡백과보다 더욱 풍성한 가을을 맞이해 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남양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