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걸쳐 "경성"의 시대적 풍미를 스크린에 담아

엘리트 의사 부부 인영(김보경)과 동원(김태우)은 동경 유학중 갑작스레 귀국하여 경성 최대규모의 서양식 병원인 ‘안생병원'(安生病院)에 부임한다.

이들은 병원 원장 딸과의 정략 결혼을 앞둔 여린 의대 실습생 정남(진구), 유년 시절 사고로 다리를 저는 천재 의사 수인(이동규)과 함께 경성 생활을 하게된다.
경성을 흉흉한 소문으로 물들인 연쇄 살인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어느 날 자살한 여고생 시체, 일가족이 몰살한 교통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은 10살 소녀가 실려오고 병원엔 음산한 불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마다 비밀스런 사랑을 품고 한 곳에 모이게 된 이들은 다가오는 파국을 감지하지 못한 채 서서히 지독한 사랑과 그리움이 빚어낸 섬뜩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고, 경성을 뒤흔든 비극의 전야곡이 울려퍼진다...

외적으로 전쟁과 제국주의의 포화가 자리잡고 안으로는 모던과 신문물의 유입이 끊이질 않았던 1942년 경성. 거리마다 자유 연애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서구 문물의 혜택을 누리려는 부르주아들의 향락은 절정에 이른 반면, 청계천 주변으로 빈민들이 모여들고 무능한 지식인 룸펜들의 담배 연기가 짙어져 갔다.

이처럼 1940년대는 끔찍스러울 정도로 이질적인 문명들이 한데 부딪치며 내는 혼란스러움과 ‘현대화’에 대한 무모한 경외가 공존하던 시절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통해 ‘경성’의 시대적 풍미를 스크린에 담아 낸 "기담"은 보는 이를 현혹할 만큼 마력 넘치는 볼 거리를 제공한다.

경성공포극의 모든 비극이 시작되는 곳 ‘안생병원’이 지어진 양수리 세트장을 중심으로 그 외 공간들이 들어선 별도 스튜디오를 합쳐 총 1,300여평 이상의 세트 규모를 자랑한다.

1년에 걸친 스케치, 미니어쳐, 3D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쳐 탄생된 "기담"의 병원은 공간과 공간이 조각난 기존 세트 구성과는 달리 복도와 계단까지 그대로 연결되어 실제 동선을 100% 구현할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되었다.

흡사 옛 병원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안생병원 세트는 초기 서양식 건축 양식을 기조로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 목조 침대, 문 손잡이, 현판 등 일본식 소품과 디자인이 혼재되어 묘한 분위기를 창출한다.

목조 가구와 은은한 조명, 가지각색의 무명천들, 처음 보는 근대 의료기기들로 만들어진 ‘안생병원’의 모습은 차갑고 건조한 현대의 병원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병원을 탄생시킨다.

또한 수 많은 헌팅을 거쳐 선정된 부천, 목포, 부산, 청태산 등의 오픈 세트 촬영 시에도 수십 포대의 흙을 공수하여 아스팔트를 덮는 것은 물론 길거리를 지나는 전차와 자동차, 새로 제작해 설치한 간판과 쇼윈도 장식, 산 길에 쌓인 눈까지 디테일한 작업을 놓치지 않으며 시각적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렇게 완벽한 고증 작업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기담"의 비주얼와 스토리는 시대적 공포 분위기를 돋우는 명도와 채도를 반영하도록 ENR 현상 과정을 통해 공포와 사랑이 뒤엉켰던 마력의 소용돌이를 더욱 극대화 하며 8월여름 새로운 방식의 공포극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감독 : 정가형제

출연 : 김보경, 김태우, 진구, 이동규

개봉일시 : 07년 8월 1일

15세 이상 관람가/ 공포/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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