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종선(교수)

 사군의 그윽한 흥취는 산수의 빼어남에 있고
언덕 저 가파른 바위는 물화를 자랑하네
푸른산은 천 겹으로 넓은 들에 둘러싸이고
푸른 강 다섯 구비는 너른 모래사장을 관통했네
난산의 맑은 정기는 청춘을 움직여
유곡에 맑은 하늘 빛은 밝아도 날은 기우네
술이 다했는데도 갈 길을 찾지 못해
덧없는 인생 술에 취함을 집으로써 삼으리

조선시대의 뛰어난 시인 조적[1477(성종 8년)-?]이 노래한 봉의산이다. 춘천 시내를 굽어보고 있는 봉의산은 이름처럼 봉황이 날개를 접고 앉아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봉의산인지 모르지만 봉의산의 자락은 춘천을 가리고도 남음이 있다. 산자락의 한 부분은 소양강과 북한강에 면해있고 다른 쪽은 춘천시를 품고 있다.
이 봉의산에 도청도 자리하고 있다.
춘천 시내의 모든 지형은 봉의산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 가면서 펼쳐져 있다. 즉 봉의산이야말로 춘천의 진산이다. 봉의산은 춘천시내의 북쪽을 막고 있다.

이 방향은 찬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며 아울러 북한강과 소양강이 몰려오는 방향이기도 하다. 이 봉의산이 차가운 바람과 물의 피해를 방어하는 것이다.

봉의산은 국가적 방어구실도 했다. 춘천시 북쪽 봉의산 7부 능선쯤에 경사 70도 정도의 가파른 지형을 이용하여 부분적으로 석축을 쌓아 만든 봉의산 성지가 있다.

봉의산성을 쌓은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거란, 몽고와의 전쟁에서 이 봉의산의 격전지였던 기록을 감안하면 거란 몽고와의 전쟁 이전 고려 중엽에 쌓은 성으로 추측된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봉의산 옛성의 석축둘레가 2,463척, 높이가 10척(3m)으로 나타나 있어 많이 훼손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91년 동쪽으로 105m를 복원했고, 1993년도에 서쪽으로 40m를 복원하여 현재 복원된 145m와 원형의 19m가 더하여져 170m가 남아 있다. 봉의산성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하더라도 원형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춘천 지방 사람들에게 항전의 현장이었음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이 성은 지세가 험하여 쳐들어오는 적을 막기에는 좋았으나 식수가 부족하고 성역이 작아 장기간 적의 포위에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산 아래, 소양강을 바라보는 하나의 지맥이 있고 이 지맥에는 소양정이 자리하고 있다. 소양정은 저녁햇살을 받을 때 가장 아름답다.

소양다리는 예로부터 화천과 소양댐을 이어주는 도로이다. 춘천 시내에서 소양다리로 가다가 화천 방향으로 가는 소양다리를 건너기 전에 봉의산을 끼고 도는 도로가 있다. 이 도로는 후평동 공단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소양대교에서 300여미터를 가면 오른쪽으로 작은 길이 나오고 이 길에서 소양정까지는 170미터이다.

소양정으로 오르기 위해 차를 세우고 계단 앞에 서면 수십개의 비석이 보인다. 선정비군이다. 즐비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선정비군을 지나 소양정에 오르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돌로 쌓은 계단이다. 갈지자로 올라가기 때문에 그다지 힘은 들지 않는다. 올라가는 중에 춘천의 기생인 절기(絶妓) 전계심(全桂心)의 묘비를 볼 수도 있다.
정자는 곳 나타난다.

전형적인 누각이다. 바로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호 소양정(昭陽亭)이 바로 이곳이고 강원도 춘천시 소양로1가 산1-1번지이다.

소양정은 춘천의 진산(鎭山)으로 불리는 봉의산 서쪽 산록에 자리한 루정(樓亭) 건물이다. 소양정의 본래 이름은 물과 산을 함께 즐긴다는 이요루(二樂樓)였으나 조선 순종(純宗)때 춘천부사(府使)였던 윤왕국이 소양정이라 개칭하였다.

본래 이 소양정은 소양1교 위 강변 절벽 위에 위치했던 정자(亭子)이나 몇 차례의 홍수로 유실과 보수를 거듭하다가 한국 전쟁시 전소되었다. 도로개설등 주변의 지형이 변형되어 1966년 지금의 자리에다 다시 중층누각으로 건립하고 소양정이란 현판을 걸었다. 팔각지붕 겹처마이며 익공양식을 가진 정면 4칸(間) 측면 2칸의 중층건물이다.

소양정 현판은 박경원 당시 강원도지사의 글씨이며 누각 안에는 한시(漢詩) 현판이 걸려 있다. 루정건물은 그 지역에서 산수(山水)가 가장 아름다운 곳에다 세우고 이곳에서 연회, 학문토론, 시정(詩情)나누던 옛날의 선비들의 문화공간이다.

이곳은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서 의암호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한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예전 춘천을 찾는 선비들은 꼭 이곳에 들려 아름다운 경관을 감탄하며 많은 한시(漢詩)를 남긴 춘천의 명소이다.

소양정이 자리한 곳은 전형적인 돌혈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누가 이 자리를 돌혈이라고 할 것인가? 그러나 사실이다. 물론 지금 거물이 선 자리는 혈이 아니다. 건물 앞쪽에 혈이 있다.

돌혈은 비룡상천형이며 네 방향에 혈판을 받치는 지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판별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소양정을 건립하기 위해 많은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즉 모습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소양정 바로 뒤의 부서지는 비석비토 형식의 바위 굴곡은 기의 흐름을 증명한다. 현재의 소양정 자리는 조금 굴곡이져서 기(起)에 해당하고 앞쪽은 복(伏)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의 소양정 앞이 평탄하지만 과거에는 좀 더 높았고 전형적인 돌혈의 혈상을 지녔을 것이다. 그 이유는 소양정 앞의 넓은 공간을 기준으로 보면 우선으로 두개의 지각과 우측으로의 지각이 확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좌선의 경우 계곡으로, 사람들이 집을 짖기 위해 땅을 파해치고 계곡을 넓히느라 산을 파낸 흔적이 있다.

따라서 지각이 확연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의 지각은 바위로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3개의 지각이 확인되고 하나의 지각은 집으로 인해 파괴되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오다 보면 그 형태가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전형적인 돌혈의 증거가 아닌가?
소양정에 올라가면 강을 보며 시 한수를 짓는 것은 어떤가? 비록 옛 모습은 많이 사라졌겠지만 소양강과 북한강의 합수지점을 보기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다. 춘천으로 관광을 가거나 구경을 가면 소양강에 들르기를 권한다.

안종선교수 블로그 http://blog.naver.com/sungbosung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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