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시인)
길!

문득 순 우리말 중에서 ‘길(路)’이란 지극히 짧은 음절이 머릿속에 번개처럼 떠올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데 ‘길’이란 단순히 ‘길(路)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가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수많은 여러 종류의 ‘길’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국어사전의 의미로 길(路)이란 ‘어떤 곳에서 다른 어느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 즉, 다시 말해서 우리들이 자동차나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직접 걸어 다니는 길이 있다.

그 다음으로 ‘이 나무는 여덟 자 혹은 열 자 정도가 된다’, ‘몇 길이나 되는 낭떠러지 아래도 떨어졌다’ 등을 예로 꼽을 수 있는 길이의 단위로 쓰이는 ‘길’이 있으며, 사람의 키 정도의 깊이를 나타낼 때, ‘이 저수지의 수심은 사람 한 길은 넘는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복되고 운 좋은 일이 있을 조짐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길(吉)조’라고 말하기도 하며 짐승을 잘 가르쳐 부리기 좋게 된 상태가 되었을 때에도 ‘길’이란 말을 쓴다.

예를 들자면, ‘이 개는 아직 길이 들지 않았다’, ‘짐승인 소도 길을 들이면 이렇게 사람 말을 잘 따르는데, 하물며 사람의 자식으로 소만 못할 수 있겠느냐?’ 라고 쓰이기도 한다.

손질을 잘하거나 또는 오래 써서 생긴 물건의 윤기가 날 때에 ‘길’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즉, ‘칼이 길이 들어 손에 잘 잡힌다’, ‘길이 들도록 책상을 열심히 닦아라’, 그리고 익숙해진 솜씨를 말할 때에도 ‘나는 이런 일에는 이제 길이 났다’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도리(道理)을 나타낼 때에도 흔히 쓰이기도 한다. 흘러간 노래 중에 ‘홍도야 울지 마라’란 노랫말 중에는 ‘아내의 나갈 길을 너는 지켜라’처럼 우리 인간으로서 각자 자신이 처한 직분을 다하라는 뜻에서의 길이란 뜻도 포함되어 있다.

수단(手段)이나 방도(方道)를 말할 때에도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라고 쓰이며, 장차 또는 미래를 말할 때에도 ‘그 청년의 앞길은 훤하다’, ‘그의 생활은 마치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험하기만 하다’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길’에 대한 야기를 하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너무나 장황해지고 초점이 흐려진 내용이 된 것 같다. 이 수많은 의미의 ‘길’ 중에서 본인이 정작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 모든 인간들이 꼭 지켜야 할 도리(道理)와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될 올바른 길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H.D. 소로우는 그의 저서 ‘숲속의 생활’에서 ‘원의 중심에서 몇 개라도 반경을 그을 수 있듯이 길은 얼마든지 있다‘ 고 하였다. 백 번 맞는 말이며 지극히 공감이 가는 명언이다.

사실 한 평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원의 중심에서 수없이 많은 반경을 그을 수 있듯이 수많은 길을 만나게 된다. 험하고 힘든 가시밭길, 걷기 좋은 , 쉬운 길, 좁은 길, 넓은 길……등. 그 수많은 길 중에서 자신이 선택한 길, 혹은 부모님 등 타의에 의해 선택된 갖가지 길을 각자가 걸어가게 된다.

예를 들자면, 누구나 소망하고 갈망하는 남들보다 크게 성공하기 위한 목표를 바라보며 걷는 길, 돈을 많이 벌어 갑부가 되는 길, 명예욕이나 권력욕을 획득하기 위한 길……등.

부모님이나 스승 등에 의한 타인의 강요로 인한 선택이 아니라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다.

또 어느 누군가는 지름길이 오히려 자신을 늪이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는 가장 멀고도 험한 길이 될 수도 있다고 하였다. 매우 적절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남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을 때에 가장 빠르고 쉬운 지름길을 택했다가 결국은 다시는 헤어나지 못할 깊은 수렁과 늪에 빠진 채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면서 지금 현재도 수렁 속에서 혹은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지 않은가.

꽤 오래 전에 어느 유명한 전자제품 회사에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가 지금도 나의 귓전을 때리며 다시금 몹시 인상적으로 메아리 치고 있다.그런데 본인은 이 광고의 문구를 조금 수정하고 싶다.

비록 전자제품은 순강의 선택이 10년 정도가 맞는다 할지라도, 우리 인간들은 한 순간의 잘못 선택은 평생을 간다고…….

거듭 말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선택은 각자의 자유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의 선택에 따라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갈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을 새삼 절감해 본다.

‘길!’

우리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길들 중에서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道理)에 어울리는 길과, 가급적이면 더럽지 않은 깨끗한 길을 자신의 노력으로 묵묵히 걸어갈 때에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이 소망하는 빛나는 성공도 행복도 보장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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