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아가는 이치 가운데 “춥고 배고픈”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없지 싶다.

특히 장기적인 불황속에 살아가는 서민들의 요즘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와 대칭되는 말로 “덥고 배부른 것”이 더 힘들다는 말도 있다.

이 말은 등 따숩고 배부른 사람들이 하는 호사스러운 말 같아서 무어~썩 마음에 닿지는 않는 말이다.

최근 엥겔지수가 8년 만에 최고라고 이곳저곳에서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 아는 바처럼 이 말은 엥겔이라는 독일 통계학자가 내놓은 학설이라고 해서 붙여진 경제용어인데 이 단어가 갖는 사회적 의미는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독일사람 이름까지 섞여있어 용어해석이 꽤 어려울 것 같지만 기실 가계비 지출계정 중에 식료품 구입비를 통계로 나타낸 것 뿐이다.

다시 말하여 엥겔지수가 높다는 말은 곧 일반 가정의 식생활비가 늘어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실제 요사이 치솟는 물가 때문에 장보기가 겁난다고 하소연 하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다.가족들과 함께 삼겹살이라도 먹어볼 양으로 외식에 나서려면 최소한 10만원 한 장 정도는 준비해야 그나마 가장의 체면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들이 매우 일리 있어 보인다.

정부도 이런 속사정을 모른 채 할 수 없어 이것저것 대안을 내놓고 있긴 한데 속 시원한 대책이 없는 듯 보여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요즘 거개 다수의 자영업자들은 한결같이 “대형매장들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앞으로 가솔들 부양하며 살아가는 일이 겁이 난다”며 극단의 의기소침을 표현하고 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소상공인들의 주장처럼 그동안 자신들의 아성이나 다를 바 없던 골목상권을 하루아침에 대형매장들에게 내어주고 낙곡(落穀)이나 줍고 있는 자신들의 딱한 처지를 빗대어서 그렇게 슬픈 표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그래서일까 대형매장 출점당시에는 바짝 긴장을 해서 그런지 이것저것 업종전환을 꾀하던 소상공인들이 최근에 와서는 그마저도 무망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예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여윳돈이 없어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파악한 대형 매장의 하루 매출은 대략 3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매출은 일반적인 자영업자들이 운영상 필요한 절대적 매출로 가상한 일일 50만원으로 환산 하더라도 600여 자영점포에서 올리는 매상이나 같다.

이는 대형매장출현이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단적인 예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 진단이 사실이라면 대책은 간단하다.

골목을 원래의 자영업자들에게 돌려주면 되는 일이다.

대형매장들은 서민들의 행복공간인 골목상권까지 침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수십 개씩의 계열사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어 자손만대로 부귀영화 속에서 폼나게 살고 있는 것 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무엇이 부족하여 째째하게시리 하찮은 콩나물이나 두부나부랭이까지 팔아먹으려고 안달을 할까.

참으로 어이가 없고 분노마져 치민다.

이 참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란다.

봄이 왔다는데 아직 오지 않은 봄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서민들의 크고 작은 한숨소리를 귀 열어 들어 주기를 진정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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