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시인)
바야흐로 우리 인간들의 수명이 백세시대(百世時代)에 접어 들었다고 좋아하며 야단법석들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요 꿈이었다. 그런데 그 꿈과 욕망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불과 6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인간의 수명이 환갑인 60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러기에 그때만 해도 나이 50만 넘어도 수염을 길게 기르고 긴 장죽을 입에 물고 근엄한 걸음걸이로 동네를 거닐며 어른의 행세, 아니 노인의 행세를 당연스럽게 하고 다니던 어른들의 모습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눈에 선명하기만 하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나이 칠십에 어쩌다 경로당이나 노인정에라도 가면 새파랗게 젊고 어린 사람이 왔다며 잔심부름을 도맡아 시키기가 일쑤라고 한다. 이토록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은 어쨌든 우리 모든 인간들의 축복이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토록 수명이 길어진다고 해서 사람들 모두가 모두 무작정 기뻐하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처럼 수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만큼 먹고 살아가야 할 의식주 생활에 필요한 더 많은 것을 축적해 두기 위해, 젊었을 때 더 열심히 뛰고 부지런히 일을 하여  이른바 최소한의 노후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오래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 기운도 쇠잔해진 몸에 노동력까지 상실한 채 설상가상으로 중병까지 든 몸에 돈까지 떨어진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불행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모 신문에 깜짝 놀랄만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현재 52세의 대기업의 중견 간부로 일하고 있는 그 남자는 1억이 훨씬 넘는 남부럽지 않는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현재 강남에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 한 채만 해도 시가(市價) 14억이 훨씬 웃돌며 상가 몇 개도 지분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얼핏 듣기에는 이 얼마나 부러운 일이며 대단한 재산이란 말인가! 과연 이 나라에서 요즈음 이만큼 돈을 벌고 이만큼 재산을 축적한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단 말인가.

이 사람은 앞으로 3년 뒤, 그러니까 55세에 직장을 그만둘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문 기사에는 경제 전문가 몇 사람이 이 사람의 노후를 꼼꼼히 진단해 보았다. 그 결과 결론적으로 이 사람의 노후 대책은 놀랍게도 낙제점이라는 것이었다.

직장을 그만둔 후에 일을 하지 않고 이 재산들을 모두 처분해 가면서 살아간다면 이 사람은 87세가 되면 빈 털털이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노후를 조금이라도 넉넉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매월 현금을 받아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내가 어렸을 때는 이 노래가 한창 유행이었다. 젊어서 실컷 놀지 않고 죽도록 일만하다가 어느덧 늙고 병이 들면 힘이 떨어져 놀고 싶어도 놀 수 없어 후회를 하게 되니 젊어서 후회없이 실컷 놀아야 한다는 것이 이 노랫말의 요지인 듯 싶다.

지금도 이 노래를 나오면 과연 그 말이 옳다고 덩달아 손뼉을 치며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젊어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늙어버리면 놀고 싶어도 돈이 떨어져서 놀 수가 없기에 젊어서 뼈가 빠지도록 일을 하여 돈을 모은 후에 놀아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아마 조선 시대의 가장 어질고 이해심이 많으며 너그럽게 관용을 베풀기로 유명했던 황희 정승이 이 말을 들었다면 역시 ‘그 말도 옳고, 저 말도 옳소‘ 하고 전자와 후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잘 따지고 보아도 전자나 후자 모두 분명히 일 리가 있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인간 수명 백세 시대!

우리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리 재산과 돈을 많이 모아 놓았다 해도 어짜피 자신의 마음에 흡족하고 만족할 리 없는 게 우리 인간들의 욕망인 것 같다.

지금은 그 누구의 말이 옳고 누구의 말이 그름을 따지며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정녕 우리 모두의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이며 중대한 과제인 것은 모든 지혜와 슬기를 다해 백세 시대에 걸맞는 노후 설계를 서둘러야만 할 때가 마침내 도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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