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지난 3월 1일 조선일보사에서는 서울에서 재학중인 남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애국가에 대한 관심도와 인지도를 알아 보기 위해 애국가를 부르게도 하고 가사를 적게도 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조사 결과를 보면 정말 조사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랍기 그지없다.

우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8명에게 애국가를 부르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구절까지 부른 다음 그 다음부터는 가사를 몰라 더듬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2절까지 부를 줄 아는 학생은 겨우 3명에 불과하였으며 3절부터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결국 조사 결과 학생들 대부분이 1절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 다음엔 어느 특정한 한 곳의 학생들을 조사 대상으로 하지 않고 서울의 5개구에 걸쳐 무작위로 100명을 표집하여 애국가를 적어 보게 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더욱 상상 밖이었으며 충격적이었다. 백 명중에 4절까지 적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그나마 1절 이상을 적어낸 학생은 백 명중에 겨우 36명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64명은 1절도 제대로 암기하지 못했으며, 64명 중에도 18명은 아예 백지 상태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맞춤법이 조금 틀려도 맞는 정답으로 너그럽게 묵인해 주었음에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니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사를 제대로 적지 못하는 것을 봐도 정말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가슴 맑은 가슴 우리 나라 만세’ ‘남산 위의 저 소나무 마르고 닳도록……’ 등, 듣도 보지도 못한 엉뚱한 가사를 적어 내기도 하였다고 한다.

애국가의 작곡자조차도 대부분 모르고 있다고 하였다. 작곡자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은 백 명 중에 겨우 7명이었으며 무려 93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백지 혹은 오답을 적어서 제출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학생들은 애국가의 작곡자가 ‘대통령’ ‘이율곡’ ‘신사임당’이라고 적었으며 심지어 3학년 학생 중에 한 명은 ‘베토벤’이라고 적기도 하였다고 한다.

과연 왜 이 지경이 되고 말았을까? 조선일보사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일선 학교에서 애국가 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있는지 심히 의문이 들 정도였다.

과거 약 30년 전만 해도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국기와 애국가에 대한 예절 교육을 철저하고도 엄격하게 가르치고 그 결과를 성적에 반영하기도 하였다.

태극기를 정확하게 그리는 법을 비롯해서 국기 상향식과 하강식 때는 애국가가 울려 퍼짐과 함께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국기를 향해 바른 자세로 서서 국기와 국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습관을 생활화 되도록 엄격히 지도하였다.

애국 조회가 있는 월요일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교생 모두가 운동장에 나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게 하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도록 하였다.

어쨌거나 오늘 날 학생들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책임은 뭐니뭐니 해도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일선 학교와 교육 행정 당국자들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반드시 애국가를 4절까지 암기하여 부르고 태극기를 정확하게 그릴 줄 아는 사람들만이 나라를 사랑하는 진정한 애국자이냐고 반문한다면 더 이상 뭐라고 답변할 말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 학교를 막론하고 그 학교의 교기와 교가가 없는 학교는 존재할 수 없다. 설령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기를 모르고 교가를 모른다면 어찌 그런 학생을 그 학교의 재학생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애국가는 전혀 모르면서 요즘 유행하는 신세대 노래만큼은 어느 것이나 신바람이 나서 잘 부를 줄 아는 학생은 없는 것인지?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 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교생이 일제히 운동장에 나와 애국가를 부르는 것이 일제식 교육이어서 그런 교육을 따르고 싶지 않아 이런 부끄러운 결과를 가지고 온 것이라면 아직도 가만히 뒷짐을 진 채 서서 일제식 교육만 탓하고 따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수단과 방법이야 어찌 됐든 장차 미래 주역이 될 그들에게 영어나 수학 등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시급하며 필수적인 것은 바로 애국심을 길러 주는 교육이 우선이 되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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