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요즈음 우리 나라 초.중.고등학생들의 입에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쉴 새 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남의 시선과 귀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흘러 나오는 그들의 거리낌 없는 욕설은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러지게 하고, 어떤 때는 그 욕설을 차마 듣기조차 민망하여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해 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마치 그런 욕설을 잠시라도 하지 않으면 입 안에 곧 가시라도 돋을 것처럼 그들의 지나친 욕설은 이미 일상화가 된 지 오래이다.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학생들의 심성이 이토록 메마르고 각박한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그 누군가의 조사에 의하면 요즘 학생들은 평균 75초에 한 번, 그리고 1시간에 49회의 욕설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야말로 입만 열었다 하면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아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평생 교육학을 전공해온 어느 지식인 한 분은 요즈음 학생들이 이렇게 변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그 모두가 사회의 그릇된 구조의 탓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욕설은 아무 죄도 없으며 당연한 결과라며 마치 학생들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는 것처럼 그들을 감싸고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받게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아무 잘못도 없으며 그들의 그릇된 행동과 책임을 모두 이사회와 성인들이 떠안아야 하는 것일까?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다 바람직한 인간 형성에 있다’고 교육학에서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하물며 그 누구보다도 순수해야 하며 바르고 고운 심성과 예의를 익히고 배워야 할 그들이 왜 이렇게까지 변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더구나 초등학생들은 그 심한 욕설의 뜻이나 제대로 이해나 하면서 그런 욕설을 하고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누구나 심한 고민거리가 있거나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을 때 그 고민이나 고통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불쑥 욕설이 튀어 나오게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요즘 학생들은 과연 어떤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고민이 있기에 고통과 괴로움의 돌파구를 그런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해소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괴로움과 고민, 그리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다른 방법이 아닌 하필이면 꼭 욕설로 해소하는 방법이 과연 옳을 방법일까?

문득 다시는 돌이켜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몇 가지 사건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무슨 까닭인지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아주 오래 전, 평소에 아버지를 너무나 미워하고 저주하던 아들이 마침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흉측한 둔기로 뒤통수를 무참하게 때려 살해 한 뒤, 시신을 푸댓자루에 넣고 철사줄로 꽁꽁 묶은 다음 큰 돌멩이를 매달아 바다에 던진 참혹하고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또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학생이 늘 1등만을 고집하고 반드시 명문 대학을 가야 한다고 늘
압박을 해오던 자신을 낳아 준 친어머니를 칼로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온 세상이
한동안 시끌벅적해진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그리고 인간의 탈을 쓰고는 도무지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없는 끔찍하고 불행한 사건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끔찍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그 사건의 동기는 따져 보지도 않고
선뜻 ‘패륜아’라든가, ‘인간 말종’, 그리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이 아니면 마귀’와 다름 없다는 말로 그 사건을 저지른 장본인을 아주 쉽게 매도하곤 한다. 그들이 왜 그런 엄청난 잘못이나

과오를 저지르게 되었는지는 따져 보지도 않은 채…….

세상 만사 모두가 다 그렇듯, 이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고 하였다. 그러기에 이런 희대의 엽기적인 사건 역시 가만히 따지고 보면 어떤 말 못할, 그리고 자신만의 힘만으로는 도무지 감당하기 힘든 원인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고 한번 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우리 속담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순하고 약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계속 괴롭히고 억압을 하면 마침내 무서운 반항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반드시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원인이야 어떻게 됐든 그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탈을 쓴 사람으로서는 결코 그런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나 과오를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선택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이제 며칠 후엔 어김없이 임진년의 희망찬 밝은 새해가 밝아 온다. 부디 새해에는 각자 자신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다 해도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행위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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