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시인/수필가)
최근 미국 월가에서 금융위기 속 돈 잔치를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며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이 대대적인 돈 잔치에 나섰다.

20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감안하여 배당금과 임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크게 늘린다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 국민이 낸 세금으로 살아난 금융권이 형편이 좀 나아지자 돈 잔치에 나선 것이다.

경기 불황 여파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돈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연말 은행권 대부분이 월 급여의 50∼1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외환은행․기업은행 등은 이미 지급했다고 한다. 증권사들도 지난해 수준을 웃도는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돈 잔치는 물가고, 경기불황, 취업난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매우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짓이다.

우리나라 금융권은 역할에 비해 과도하게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미국 금융업의 1인당 월평균 임금은 국민 1인당 GNI(국민총소득)의 1.22배인데 우리나라 금융업 종사자는 2.34배였고, 1인당 월 평균 임금은 467만 원이나 됐다.

상대적으로 미국 금융인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권은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돈벌이를 해온 게 사실이다. 예대마진은 2008년 2.61% 이던 것이 올해는 2.9%를 넘었다.

국민들은 비싼 이자를 내느라고 허덕이는데 마진을 계속 올렸다. 전체 영업이익 중 해외영업 비중은 1.4%로 후진국 수준이라고 한다. 은행권은 국내에서 비싼 이자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돈 잔치를 하겠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IMF 외환위기 때 170조 원,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화유동성 260억 달러와 원화자금 40조 원을 지원받았다. 금융권이 이런 과거를 망각한 채 돈 잔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금융권의 이런 도덕적 해이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확산일로에 있는 미국의 월가 시위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금융권은 명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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