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시인/수필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림을 하는 맏며느리는 인기가 없다.

잘하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못하면 욕만 먹는다. 따로 사는 동서들은 가끔 들르니 잘할 수도 있고 형님 잘못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이것이 주인과 손님의 극명한 차이다.

만약, 먼 장래를 위한 노력이 오늘을 잘살기 위한 노력보다 못하다면 분명 손님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손꼽히던 경제대국 아르헨티나는 인기정책만 남발하다 나라경제가 파탄이 났다. 1941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세계 5대 경제강국이었다.


페론이 대통령이 되면서 아르헨티나는 순식간에 빈국(貧國)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페론은 1943년 육군 대령으로 군사 쿠테타에 가담하여 노동부 장관을 하면서 노동조합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급기야 노동조합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페론이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과 더 많은 휴식과 더 많은 사회보장제도를 제공하는 정책이었다.

이런 공약에 열광한 노동자들이 대거 페론을 지지하면서 페론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런 페론의 정책이 풍부한 농업자원과 광활한 영토를 갖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빈국으로 추락시켰다.

우리나라가 세계과학기술의 요람이 되고 경제대국과 군사대국이 되면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 등의 오만은 눈 녹듯 사라진다.

삼순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식순이․공순이․차순이로 불린 세 가지 직업을 합친 약칭이다.
1950년의 6·25 전쟁을 시작으로 50년대엔 식모살이하기도도 어려웠다. 식모살이하는 이들이 식순이다.

공순이는 1960년대 산업화시대의 여공들이다. 노조가 있었던 시기가 아니다. 그야말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인권부재 속에서도 열심히 일해 가며 돈을 모은 알뜰한 사람들이었다.

차순이는 버스안내양이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버스 안내는 차순이들이 맡았다. 특히 시내버스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면 승객들로 버스가 미어터졌다.

정류장마다 그 많은 승객들을 하차시키고 승차시키면서 곡예를 하기가 일쑤였다. 차순이마다 몸으로 승객을 밀어붙여 가까스로 태우고는 자신은 승강대에 매달린 채󰡐오라이󰡑소리와 함께 차체를󰡐탕! 탕!󰡑손으로 두드리고는, 운행 중에 틈새를 만들어 들어가 차문을 닫는 개문발차가 다반사였다.

대개 스무 살 미만이었던 차순이들은 가난으로 배울 때 못 배우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 같은 삶의 현장에 뛰어들었다.

삼순이는 근대화의 역군들이다. 오늘의 경제기반에는 이들의 피땀이 푹 배어 있다.

중학교진학률 20%도 못되던 나라가, 1인당국민소득 100달러도 못되던 나라가, 세계 최빈국 대열에 섰던 나라가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84)%)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삼순이를 모두 보아온 세대로써 흐뭇하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우리의 과학기술이 중국을 멀리 따돌리고 일본을 뛰어넘어 일본이 독도망언 못하고 중국과 일본이 역사왜곡 꿈도 꾸지 못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순이를 잊은 채 손님처럼 나라의 먼 장래는 없고 눈앞에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표만 있다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장미꽃만 바라본다면 아르헨티나처럼 빈국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오늘은 인기가 없지만 나라의 먼 장래를 위한 노력을 후세의 사가들은 높이 평가할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정치권의 공약은 표를 의식하지 않고 나라의 먼 장래만을 봤으면 한다.

유권자도 나라의 먼 장래만을 봤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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